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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간 전달되는 트라우마

세대를 통해서 전달되는 트라우마의 무서움

트라우마라는 용어가 이제는 한국 사회에서도 낯선 용어는 아닌것 같습니다. 세월호침몰과 이태원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을 경험하면서 충격적인 사건이 국민 전체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전국민 모두가 너무나도 참담한 심정으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실 한국은 역사속에서 이보다 더 비극적인 사건을 너무나 많이 경험해왔습니다. 일제식민지배와 육이오와 같이 모든 국민이 고통당하던 그 시절을 버텨내오면서 얼마나 많은 트라우마를 경험했는지 저로서는 상상도 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고통의 시간을 지내오면서도 한강의 기적과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전쟁의 잿더미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낸 지난 70년의 역사는 정말이지 기적같은 일입니다. 물론 그러한 기적을 일구어 내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땀을 흘리셨던 한분 한분의 노고가 쌓여서 이룩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고통당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외적인 발전의 내면에는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이 숨어있습니다. 지금은 세계최고의 나라가 된 미국의 경제발전에는 흑인노예로 잡혀와서 말로 형용할수 없는 고통과 괴로움을 당했던 흑인노예들의 눈물, 피와 땀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드넓은 국토는, 오래전부터 아메리카에 살면서 자신의 삶의 터전을 만들어왔던 원주민을 도륙하고 황량한 땅으로 몰아내어 빼앗아서 만든 것입니다. 지금 서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식민지를 통해서 수많은 노예들을 잡아들이고 자원을 착취하고 그 나라들을 다시 자신들의 시장으로 만들어서 부를 축적한 나라들입니다. 지금 눈에 좋아보이는 많은 것들의 뒷면에는 역사속에서 고통당했던 약자들의 괴로움이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흑인노예 후손들의 세대간 전달된 트라우마에 대한 연구도 최근에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인디언의 후예들이 많은 알콜중독과 정신질환, 그리고 다른 미국 국민들보다 더 심각한 육체적 질병으로 고통을 당한다는 것은 우연한 결과가 아닙니다.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자녀들이 심각한 정신적, 감정적 고통을 당한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러한 고통을 수면위로 끌어올려서 그들이 당한 고통을 인정하고 해소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그러한 트라우마들이 그들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자손들의 삶까지 황폐화 시키고 망가뜨리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이 경제적인 발전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국민들의 정서적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세대를 이어서 전해져 오는 트라우마에 대한 인식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삶을 돌아보아도, 사람이 단순히 먹고 산다고 해서 삶을 산다고 할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감정은 현실을 창조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트라우마의 영향력으로 항상 고통과 분노의 감정에 압도되어서 살아가게 되면 삶에서 그러한 상황을 자꾸 마주하게 되는 경향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세대간 전달되는 트라우마의 경우에는 개인이 혼자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은 경향이 있습니다. 본인이 경험하는 감정적 고통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을 하기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관련된 정보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고통을 당하는 많은 분들이 적절하지 않은 방법들, 예를 들면, 약물중독이나 알코올 중독등과 같은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거나 아니면 가족들에게 그러한 감정적 어려움을 건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해소하게되면서 가정이 파괴되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따라서 세대간 전이되는 트라우마와 그의 증상들 그리고 어떻게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들에 대해서 일반 국민들이 알기 쉽게 도움을 주는 것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한국에는 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무위키에 살펴보니, "한()은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분노, 아쉬움, 안타까움, 또는 이들 모두가 한데 뒤섞인 묵은 감정이다. 이별하고 나서 슬픔은 '한'이 될 순 없지만, 20년 뒤에 돌아봤을 때 그때 그 운명의 사람과 헤어진 것은 '한'이 될 수 있다." 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한이 트라우마와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특히 어린시절에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구박을 받았다거나, 육체적 정서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면, 이러한 트라우마는 그 사람의 일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렇게 해소되지 않은 몸에 기억된 트라우마들이 인식되어지지 않고 적절한 언어로 표현되지 않게되면 자신이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게 됩니다. 


세대를 통해서 전달되는 트라우마의 해악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고, 이러한 트라우마의 영향력 아래서 고통당하는 많은 분들이, 해방되어서 행복한 삶을 사는 날이 오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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