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충성심
무의식적으로 가족안에 영향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충성심의 폐해
가족세우기를 많이 진행하시는 분들이 종종 보이지 않는 충성심 (Invisible Loyalty)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개념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고, 헝가리계 미국인 정신과 의사인 Ivan Boszormenyi-Nagy가 문맥적 가족 치료법(Contextual Family Therapy)에서 언급한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충성심이란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러한 기제가 삶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충성심은 반복강박 (Repetition Compulsion)을 설명하는 도구로 사용되어지는데, 예를 들면 부모가 알콜 중독자인것이 죽기보다 싫어서 자신은 부모처럼 되지 않겠다고 했는데 자신이 알콜 중독자가 되거나, 부모가 바람을 펴서 자신이 고통을 당해서 자신은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자신이 다시 바람을 피게 된다거나 하는 등의 부모의 원하지 않는 모습을 답습하는 과정을 설명할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충성심은 사람의 성격적 특성과 행동으로 표현되는데 우리와 타인의 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영향력은 우리의 선택에 의해서 세대를 통해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전달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이 왜 발생하는 것일가요? 자신은 부모의 알코올 중독을 죽기보다 더 싫어했는데 왜 자신이 또 알콜 중독자가 되는 것일까요? 이것은 본인이 원해서 발생하는 상황이 아닌것은 확실합니다. 이것은 일면 논리적이지 않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을 반복하는 사람의 심리적 내면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부모나 애착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에 대해서 미움과 분노도 있지만, 그들의 행동을 비난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행동을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설명하고 싶어하고 우리가 경험했던 고통을 애써서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평가절하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모두 그들의 잘못을 최소화 하고 그때는 다 그랬어 등의 말들을 이용해서 당시의 자신이 받았던 충격을 평가절하하면서 부모들의 잘못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입니다. 더 솔직한 측면에서 그 이유를 살펴보면 아무리 그들이 자신을 학대하고 괴롭혔어도 그들과 가까워지고 싶고, 그들에게 사랑을 받고싶어하는 욕구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고, 긍정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자신의 분노와 괴로움을 바라보면서도 우리 자신에게 원래 인생이란 이런거야, 이러한 삶은 내가 부여받은 삶이야, 이런 행동은 보통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이야, 이것이 내가 될수 있는 최선이었어라는 말들을 자신의 실패나 좌절을 정당화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비정상적이었던 가정의 환경을 어떠한 그 당시 사회의 일반적인 삶이나 룰이었다고 만든 다음에 그러한 룰에 따라서 자신도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향에는 매력적인 두가지 거짓이 숨어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가 만약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부모들을 따라서 살면, 그들이 우리를 받아들일거야, 두번째는 우리가 만약 그들처럼 되면 그들이 우리에게 했던 것들이 결국에는 그렇게 나쁜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그들이 우리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들이 결국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닐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설명이 말이 안되는 것처럼 생각될수도 있지만 이러한 두가지 거짓말을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영혼이 믿고 그런 이유로 우리가 반복강박을 체험하고 있다면, 거기에는 해결책이 있습니다. 이러한 거짓말을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더 이상 이러한 거짓말들을 믿을 필요가 없고, 그렇게 되면 연쇄작용에 의해서 그러한 거짓말에서 벗어나서 의식적으로 더 나은 새로운 선택을 할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은, 우리의 부모들이나 애착관계를 맺었던 주양육자들에 대해서 현실적인 인식을 하는 것입니다. 그분들도 사람이었고, 상처받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살았던 삶에 대해서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들을 훌륭한 사람들로 우상화 한다고 해서 그분들에게 돌아가는 아무런 이득이 없고 오히려 우리가 그분들에 대해서 긍휼한 마음을 가지고 그분들의 상황에 대해서 공감할때 오히려 그분들에게는 더 유익할 것입니다. 그분들의 부족했던 삶을 직시하고 그분들 나름대로의 어려운 삶을 살았다는 것을 인정할때 그분들이 우리에게 상처를 입혔던 모습 뒤에 숨어있는 그분들의 본모습을 볼수 있고 이러한 존재로서 그분들을 받아들일때 오히려 그분들에게는 더 유익함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이 짊어졌던 감정의 짐들이나 삶의 무게들을 우리가 짊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분들의 고통과 감정적 짐들은 그분들의 숙명이었고, 우리가 자신의 삶을 일부로 어렵게 한다고 해서 그분들의 삶의 무게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분들이 괴로워 했으니 우리도 즐거운 삶을 살면 안된다는 죄책감을 갖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분들은 그분들이 짊어지어야 할 운명의 무게가 있었고, 우리는 우리가 짊어지어야 할 삶의 무게와 어려움이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그분들의 잘못으로 인해서 우리의 삶이 상처를 입었고, 그러한 피해자 의식이나 아니면 그분들의 불완전함이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한 상처로 우리가 계속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우리가 우리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거기에서 벗어나서 우리의 선택을 할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불완전하고 연약했던 그분들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할때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러한 보이지 않는 충성심의 상황을 인식하게 되면 부모들에 대해서 극심한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극심한 분노로 인해서 현재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것도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충성심을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적으로 살아가는 것도 바람직한 삶은 아닙니다. 우리가 선택할 방법은 우리의 행동과 감정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지고, 우리가 무의식적인 보이지 않는 충성심으로 인해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했던 선택들을 더이상 하지 않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 차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보이지 않는 충성심이 더이상 우리의 삶에 유익을 주지 않고, 좋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면, 이제 그것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더 유익한 결정을 하고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https://lindseyhoskins.com/the-visible-consequences-of-invisible-loyalties/ 를 정리하고 저의 개인적인 상황을 추가하여 정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