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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운 과거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

학대적인 양육과정을 기억하지 못하게 하는 문화적 요소들

상호의존(Co-dependency)이라는 용어는 DSM-5에는 나와있지 않은 용어이지만, 자조그룹인 AA등에서는 많이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초기에는 알콜중독자의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이 주로 이러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이러한 증상이 약물중독자나 역기능가족에서 자란 자녀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상호의존(co-dependency)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건강, 행동, 감정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무시하거나 희생하는 관계를 말합니다. 이런 상태는 특히 가까운 관계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부모와 자녀, 연인, 밀접한 친구 관계 등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상호의존의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낮은 자존감: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의 승인이나 행동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도한 헌신: 관계에서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무시하고 상대방의 필요를 우선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계 설정의 어려움: 개인적 경계를 설정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로 인해 자신이나 타인의 공간과 감정을 존중하는 데 실패할 수 있습니다.  

    책임감의 왜곡: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감정에 대해 지나치게 책임을 느끼거나, 반대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관계에서의 문제 해결 불가능: 자신의 문제나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문제를 간과하거나 회피합니다.  

    통제 욕구: 관계에서 상대방의 행동이나 생활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종종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감정적 의존: 상대방의 감정 상태에 자신의 감정이 과도하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거부 공포: 상대방에 의해 거부당하거나 외면당할 것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호의존에 관련해서 미국에서 유명한 두분이 있는데, 피아 멜로디(Pia Mellody)와 멜로디 비아티(Melody Beattie)라는 분입니다. 오늘은 피아 멜로디의 상호의존 대면하기(Facing Codepnedence)라는 책에 나와있는 일부 내용을 정리하여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사실 상호의존이라는 용어는 많이 사용되어지는 용어이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사실상 애착트라우마와 상당히 유사한 증상인것을 볼수 있습니다. 주로 주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오랜시간동안 지속된 정서적 육체적 학대로 인해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피아 멜로디는 이러한 상호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단계가 자신이 주양육자나 부모들과의 어린시절 관계에서 어떠한 학대를 당했는지를 인지하는 것이 첫번째 단계라고 설명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데 있어서 큰 걸림돌이 있는데 바로 방어기제라고 설명을 합니다. 심리적 방어기제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번 저의 글에서 설명을 했기 때문에 따로 설명을 할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경험하는 감정적 경험이 너무 고통스러울 경우,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자신의 의식을 몸과 분리하는 방법을 통해서 자신이 경험하는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감정은 일종의 경보장치인데, 예를 들면, 수치감, 분노 그리고 두려움의 감정이 느껴지면, 그러한 감정에 따라서 적절하게 반응하라고 몸이 보내는 신호인데, 그 신호장비를 꺼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방어기제가 어른이 되어서도 무의식적으로 지속되기 때문에, 부모와 똑같이 가학적인 사람들을 만났을때 그러한 사람들에 대한 방어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부모의 관계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부모가 알콜중독자였다면, 알콜 중독자에 대한 방어체계를 무력화 해놓았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 알콜중독자를 만났을때, 어떠한 위험신호도 감지하지 못하고 그러한 사람과 결혼을 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이 익숙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에게 끌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방어기제에 추가적으로 저는 한국적인 상황에서 유교적인 전통으로 인해서 부모의 부정적인 면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 극도로 부정적인 평가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윤리적으로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서 부모들의 비정상적인 양육방식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 자체를 죄책감으로 하지 못하게 되면 피아 멜로디가 언급한 첫번째 단계를 시작하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교육이 부모의 주도하에 명문 대학교만 가면 인생의 모든 문제들이 다 해결된다고 믿는 황금티켓증후군으로 대표되는 교육방식에서는 아이의 자율성이나 자녀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학습이 진행되기 쉽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방법은 아이의 건강한 자아가 개발되는 방법과는 거리가 멀고 심각한 정서적 학대를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대학교를 간 이후에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부모들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내리기 힘들기 때문에 상호의존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착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서양문화권에서도 기독교의 10계명에 있는 "부모를 공경하라"고 하는 문구때문이라고 엘리스 밀러는 그의 저서에서 진단한바 있습니다. 


피아 멜로디는 세단계로 상호의존의 회복을 설명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 학대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을 넘어서라 (Beyond denial about your history of abuse)

2단계: 자신의 상호의존성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서라 (Beyond the denial about your codependence)

3단계: 당신의 회복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서라 (Beyond denia about your recovery)


보통 일반적인 경우에는 자신이 상호의존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없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평생 그렇게 살아왔는데, 뭐가 정상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저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어렸을때부터 무의식적으로 집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방어기제를 만들고 살아왔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약간 이상하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살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버티고 살았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미국에 와서 도저히 견딜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때에야 비로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하고도 오랜 시간동안 부모님들과 주위 친척들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상호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고, 그러한 문제를 야기한 학대의 역사를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그때에야 비로서 치유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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