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을 설명하고 공감을 얻으려 하지 않고 감정을 강요만 하는 부모들
지영은 오늘도 공부를 하지 않고 있는 아들 영철을 보면서 속이 타들어갑니다. 요즘은 매일 영철이를 보면서 불안한 마음도 나면서 화가 나기도 합니다.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열불이 납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늦을텐데 라는 조급함과, 공부를 하지 못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하지 못하면,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힘겹게 삶을 살아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니다. 오늘은 참다 못해서 영철이의 휴대폰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영철이는 엄마에게 대들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어느집에서나 있을만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행동하는 엄마 지영에 대해서 많은 학부모들이 공감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부모가 하고 있는 행동의 동기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좀더 자세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뜻보면, 엄마 지영은 아들 영철을 위해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많은 부모들이 그런식의 논리를 만들어내어서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엄마 지영의 동기를 살펴보면, 그것은 두려움입니다. 아들이 공부를 하지 못하면 좋은 직장을 갖지 못할것이고 그렇게 되면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힘든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그 기저에 깔려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두려움의 감정이 엄마 지영의 말과 행동을 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두려움과 불안의 감정은 어쩌면 한국이라는 나라의 역사와 사회적인 경험에 기반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이 서로간의 불안을 부추기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은 몇가지 가정을 근거로 합니다. 그것은 공부를 잘하면 좋은 직장과 경제적인 여유를 가질것이라는 가정과 공부하라고 말을 하면 아이가 말을 들어야 한다는 가정입니다. 이러한 가정을 하기 때문에 부모들은 공부하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자녀들에게 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물론 공부를 잘하면 안정된 삶을 살아갈 가능성은 커지지만, 그렇다고 모두 좋은 직장과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공부하라고 말을 한다고 해서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가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렇게 이미 아니라는 것이 검증된 방법을 지속적으로 부모들이 반복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요? 그것은 이러한 행동이 이성적인 생각에서 나오는 검증된 행동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행하여 지는 것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좀더 그 내용을 살펴보면, 아이가 부모와 같은 두려움과 불안의 감정을 갖지 않는데 대해서 화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와 같은 감정을 가질수 없습니다. 그 아이는 독립된 존재이고 독립된 존재는 다른 감정과 생각을 갖을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감정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작동하지도 않는 방법을 계속 반복하면서 아이가 자신과 동일한 감정을 가지고 행동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 성설입니다.
자기 인식 (Self Awareness)가 조금이라도 있는 부모라면, 자신이 왜 아이를 그렇게 다그치게 되는지, 왜 조바심의 감정이 드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그러한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줄수 있을 것입니다. 엄마가 살아왔던 세상에서는 공부를 잘하면 좋은 직장에 갈 확률이 높아지고, 그렇게 되면 경제적으로도 여유롭게 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나는 제가 공부에 신경을 쓰면 좋겠다. 네가 공부를 등한시 하는것 같아서 엄마는 내심 조바심도 나고 네가 걱정이 되는구나. 즉 자신의 감정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이고, 왜 그러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에 대해서 아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말을 들은 아이는, 부모가 공부하라고 할때 자신이 드는 감정에 대해서 다시한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고, 왜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여유가 생길 것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부모들에게 나누게 될때, 공감해주고 이에 대해서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게 되면, 아이들과 좀더 속깊은 이야기를 나눌수 있을 것입니다.
감정은 강요한다고 상대방이 가질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을 강요하는 분위기에서는 아이의 고유한 감정은 무시하기 쉽습니다. 이러한 형태가 반복된다면, 아이들은 자신만의 감정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더 심각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존재인지도 알지 못하는 세상을 떠도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즉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것이죠. 이것은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산다고 해서 절대로 행복할수 없는 인생을 왜 사는지도 알지 못하는 존재를 만드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기인식과 공감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삶의 기술인 것입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먹고 사는것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를 지나서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삶이 행복하지 않고 삶의 의미를 잊어버리고 살게 되는 것은 어쩌면 아주 사소한 자신이 어떠한 것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어떠한 존재인지를 배울 기회를 갖지 못해서 그런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