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내면의 이야기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없습니다.
얼마전에 마야 안젤루의 책을 읽다가 눈에띄는 한구절을 발견했습니다. "There is no greater agony than bearing an untold story inside you"라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지 못한 내면의 이야기보다 더 큰 고통은 없다".
이 이야기를 읽는 순간, 저는 공감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어린시절 경험했던 고통스러운 기억들은 말로 표현할수 없었던 것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것이 고통인지 아니면 그냥 일상적인 삶이었는지 판단할수 있는 능력이 없을 때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자신을 보살펴주지 않고 방임했어도, 부모가 정서적으로 착취적이었을 지라도 그것이 정상적인 것인지 비 정상적인 것인지를 판단할수 없을 때입니다. 부모가 자신의 정서를 우선시하고 자녀의 정서적 욕구들은 무시했을 지라도 아이들은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영혼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설명할수는 없지만 아이들은 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통의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말로 그것들을 설명할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로 설명할수 없습니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아이들은 그 기억들을 다 무의식의 저편에 묻어두게 됩니다.
무의식의 저편에 묻어두었던 말로 설명할수 없던 이상한 감정들은 가슴 깊숙하게 머물러 있다가 삶을 살아가면서 그러한 기억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때마다 고통스러운 감정의 형태로 표면의식으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강렬한 감정만 떠오르고 구체적인 상황이나 문맥은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이 그러한 감정을 유발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고통스러운 한 장면과 유사한 상황이 재현되는 것 뿐입니다. 내면의 영혼은 과거의 표현되지 못한 고통을 해결하고 싶어서 현실에서 유사한 상황이 만들어질 때마다 끊임없이 그때의 감정을 표출하려고 합니다. 말하지 못한 내면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과거의 일들과 지금 현재에서 느껴지는 그토록 생생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연결하지 못합니다. 그저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만을 바라볼 뿐입니다. 그동안 마음속에 감추어져 있던 이야기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듣기 위해서는 자신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 볼수 있어야 합니다. 그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세상의 바쁜 현실과, 눈에 보이는 화려한 것들, 스마트폰, 재미있는 것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매몰되어 있다 보면, 정작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자신의 이야기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합니다. 어떤 경우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이야기들을 돌아보지 못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오랜 방황속에서 자신의 마음 깊숙히 있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찾지 못하고, 그 감정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서 극단적인 방법에 빠지기도 합니다.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도 하고 마약에 빠지기도 하고 무엇이든 그 감정적 고통을 잠시나마라도 잊어버릴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 깊숙하게 있는 이야기들을 찾아서 언어화 시키기 전에는 그 마음의 고통을 사그러들게 할수는 없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울부짖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말입니다.
그때 아빠가 나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던 것이 나의 영혼을 너무나 아프게 했어요. 그때 엄마가 나에게 무심코 한 그 행동이 나의 마음을 찢어 놓았어요. 가족 모두가 나에게 따뜻한 말한마디 해주지 않고 무관심하게 대했던 그 시간들은 나에게는 지옥이었어요.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말하지 못한 고통그러운 경험들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 이야기들을 오늘이라도 자신이 믿을수 있는 누군가에게 해보세요. 어쩌면 여러분이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적 고통은 그러한 이야기를 통해서 해결될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책에 나왔던 주인공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쳤던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