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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무시하는 사회

우리의 감정은 어둠 속에서 소리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살려면 감정을 억눌러야 할 경우가 많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백화점에서 진상 손님을 대하느라 감정적인 상처를 받는 분들도 있고, 콜센터나 대민업무를 담당하시는 많은 분들이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안하무인의 고객들로 인해서 마음의 상처를 받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정만을 따라 살았다가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가정을 때려치우고, 친구들을 때려치우고, 그리고 가족들을 때려치우고..  너무나 때려치울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서 감정표현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가정생활을 보면, 직장에 나가는 아버지는 대부분 아침 일찍 나가서 아이들이 잠든 이후에나 들어오는 분위기이고,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학습에 관심을 집중하다 보면, 아이들의 감정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분위기입니다. 한국의 부모님들은 대부분 아이의 지적인 성취도에 따라 좋은 학교를 가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성공의 가능성이 많다는 가정에 모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고 이에 따라 모든 자원과 시간을 동원해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믿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일본 식민지배와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가 지나가고 그들의 자녀들이 이제 장년세대가 되었습니다. 식민지배와 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에게 있어서 감정이라는 것은 사치스러운 것이었습니다.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가 가장 시급했던 전쟁세대들에게 감정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우울증 같은 병들을 부자병이라고 평가하고 배불러서 나오는 소리라고 평가절하할 만큼 감정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감정을 억누르고 참으면서 정해진 일들을 해내야 주어진 삶을 살아낼 수 있다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많은 사람들의 기본적인 믿음으로 굳어져 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믿음은 단군신화에서 전해 내려오는 신화의 내용과도 연결이 됩니다. 동굴 속에서 햇빛을 보지 않고 쑥과 마늘만을 먹으면서 100일을 버티면 인간이 된다는 말을 듣고 고생하는 곰과 호랑이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신의 본능과 감정을 억누르고 말도 안 되는 고통스러운 일들을 참아내야만 했던 그 동물들은 어쩌면 오늘날을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의 믿음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오늘만 내 감정을 억누르고 참고 살자, 그러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 하는 믿음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한국 국민의 상태와 닮은 곳이 있습니다.  


감정지수(EQ)라는 개념에 대한 저서로 유명한 Daniel Goleman은 사람은 두 개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논리적인 마음(Rational Mind)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적인 마음(Emotional Mind)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 두 개의 마음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서 사람의 운명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입니다. 감정적인 마음이 논리적인 마음만큼이나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억누르는 것이 현명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정적 어린 시절 경험(Adverse Childhood Experience)에 대한 연구는 미국에서 활발하게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질병 관리국 (CDC)에서도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되고 있고, 발달 트라우마 장애 (Developmental Trauma Disorder)라는 이름으로 의료계에서도 연구가 되고 있습니다. 핵심 내용은 어린 시절 겪었던 감정적, 육체적 고통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을 크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 중에 감정적 무관심이나 괴로움도 큰 영향을 미치고 오히려 육체적 학대나 방치보다도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연구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너무나 기뻤습니다. 저의 고통의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예방적 대책들이 세워지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이러한 감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수준에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것이 더 안타까웠습니다. 이 글들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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