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수 있을때 세상을 객관적으로 볼수 있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타인을 만날 때, 그 사람의 능력, 성격, 대인관계 등을 파악한 뒤 그에 맞는 평가와 대우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이득이 될 때 계약 관계를 맺으며, 그렇지 않다면 관계를 지속하지 않게 됩니다. 결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이해관계만으로 성립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고받을 수 있을 때 관계가 형성됩니다. 사회든 결혼이든, 일방적인 관계는 지속될 수 없으며, 그런 관계는 건강하지 않습니다.
직장 관계는 약간의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직장을 바꾸고 싶어도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요즘과 같은 경제 불황 속에서는 직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기도 합니다. 상사 역시 본인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사와의 관계가 불합리하거나 고통스럽더라도 견뎌야만 하는 현실이 생깁니다. 직장 문화가 건강하지 않을 경우, 그 고통은 더욱 심해질 수 있고, 때로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강요받기도 합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이보다 더 큰 힘의 불균형을 갖고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의 출생부터 생사여탈권에 가까운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자녀는 절대적인 약자의 입장에서 살아갑니다. 자녀는 부모의 관심과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입니다. 더욱 복잡한 점은,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는 사회적 윤리와 도덕이라는 이름의 강제적인 규범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부모는 항상 옳다”, “부모는 무조건 존경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암묵적으로 강요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어릴 때 사리분별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잘못된 삶의 패턴을 그대로 학습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만약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하고 왜곡된 사고를 자녀에게 강요한다면, 아이는 부모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사랑이나 보호를 잃을까 두려워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국 이런 패턴은 무의식 깊이 각인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이 손해보는 삶의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서양 문화에서는 존경이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행동과 인격에 따라 ‘얻어지는 것’**이라는 개념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동양의 유교적 효 사상은 부모와 조상에 대한 존경을 도덕적 의무이자 절대적 가치로 간주합니다. 이 때문에 서양에서는 부모라 하더라도 비윤리적이거나 해로운 행동을 지속할 경우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자녀의 감정적 독립성을 더욱 중요시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우리 집안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대학에 진학하고, 직장에 들어가 결혼까지 하며 겉보기에는 무난한 삶을 살았지만, 돌아보면 내면은 감정적인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탄했지만, 감정적으로는 지옥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무슨 걱정이 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반응이야말로 외형적 성공만으로 사람의 삶을 판단하는 착각입니다. 저의 어린 시절에는 “밥 먹여주고 학교 보내줬으면 부모로서 다 한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적 돌봄의 가치는 철저히 무시되었으며, 집안의 갈등과 수치는 침묵 속에 묻혀 있었습니다.
회복의 길을 걸으며, 저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 간의 역학 관계를 하나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 세대부터 내려온 역기능적인 가족 구조, 부모의 어린 시절 상처, 나르시시즘 성향의 어른들, 상호의존적인 친척들, 그리고 비극적인 가족사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부모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생겼고, 그 과정에서 직장에서의 대인관계 어려움까지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왜 내가 그렇게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는지도 설명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왜곡된 믿음과 행동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알게 되자, 저는 제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세상을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많지만, 과거의 무지의 동굴에서 빠져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큰 위로와 희망이 됩니다. 앞으로도 성장해 나가길 바라며, 이 글이 여러분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