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연결을 위한 관계회로가 켜져있나요?
우리 뇌에는 타인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도록 도와주는 관계회로 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것은 뇌의 특정 부위 하나가 아니라, 여러 영역이 함께 작동하여 감정적 연결과 공감, 친밀함을 가능하게 하는 뇌의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이 회로가 꺼진 상태에서는,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방어적이 되거나 공격적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감정을 억누르거나 없는 척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을 고립시키고, 타인을 비난하거나 회피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이러한 반응은 결국 다른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게 만들고, 관계에서 얻는 기쁨(Joy)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저는 이제 와서 제 삶을 돌아보며 이런 관계의 어려움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관계는 저에게 고통스럽고 두려운 경험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늘 분노와 두려움, 수치심 같은 감정을 안고 살아오신 분이셨습니다. 자신 안의 감정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셨고, 자녀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우셨던 분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의 분노를 피하려고 항상 긴장하고 조심하면서 살았고, 그 안에서 관계의 기쁨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게 있어 ‘관계’란 곧 고통, 두려움, 수치심을 의미했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저는 무의식적으로 관계 자체를 피하게 되었고, 삶 속에서 진정한 친밀함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차갑고 냉정해 보였을지 모르지만, 제 내면은 두려움과 긴장,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결국, 저의 관계 회로는 항상 꺼져 있었던 것입니다.
예전에는 제 상태를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다”고 표현하곤 했습니다. 저만의 성벽을 쌓고 그 안에 갇혀 살아왔던 것이지요. 그런데 최근에 관계회로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제가 경험한 이 모든 것을 더 명확하고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쁨(Joy)은 친밀한 관계 속에서만 생겨나는 감정이라는 설명이 저를 깊이 울렸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쁨(Joy)’과 ‘쾌락(Pleasure)’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쁨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과 따뜻함에서 오는 감정이며, 쾌락은 혼자서도 추구할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쾌락은 물건을 사거나, 술을 마시거나, 게임, 마약, 오락, 일중독처럼 관계 없이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치유와 회복은 쾌락이 아니라, 기쁨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저를 가장 안타깝게 하는 것은, 이런 중요한 사실들을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오랫동안 고립된 채 살아오면서도, 제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를 몰랐고, 그 고통의 원인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이제서야 그 고통이 얼마나 무겁고 심각한 것이었는지를 알게 되면서, 속이 상하고, 억울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도 느낍니다. 이제는 더 이상 무지 속에 살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저는 이 꺼져 있던 관계 회로를 다시 켜고, 가족과 사람들과 따뜻하고 친밀한 관계를 회복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관계 속에서 진짜 기쁨을 누리는 삶, 그것이 저의 새로운 소망이자 삶의방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