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괴롭고 고통스러웠던 감정들이 약화되고 변화될때
과거, 감당할 수 없는 감정에 휘둘리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고통 그 자체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감정적인 고통에서 벗어난 지금, 그 당시에는 왜 그토록 단순한 상황마저 견디기 어려웠는지 되묻게 됩니다.
가족세우기(Family Constellation)에서는 ‘감정적 얽힘(Emotional Entanglement)’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가족 내에서 해소되지 못한 감정들이 실타래처럼 얽히고 꼬여 결국 풀기 어려운 매듭이 되어버리는 상태를 말합니다. 조상 세대에서 해결되지 못한 정서적 고통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서, 부모는 자녀의 정서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거나, 오히려 정서적 학대나 방치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풀리지 않은 감정들, 또는 부모가 자녀에게 투사한 감정들이 자녀에게 혼란을 일으키게 됩니다. 여기에 자녀가 살아가며 겪게 되는 삶의 감정들이 더해지면, 감정의 얽힘은 더욱 복잡해지고 심화됩니다.
이러한 감정의 얽힘은 세대를 거쳐 축적되면서 개인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면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적 고통에 휘말리게 되고, 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됩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때로 약물 중독, 도박 등의 파괴적인 방식에 의지하게 되기도 합니다.
가족세우기는 이러한 감정적 매듭을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실타래를 풀어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공감하실 것입니다. 실타래의 한 부분이 풀리기 시작하면, 얽혀 있던 다른 실들도 서서히 풀려나갑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가족세우기를 통해 얽힌 감정의 핵심을 발견하고 그 매듭을 풀어주면, 이전에는 감당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예상외로 감정적인 고통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삶의 다양한 문제들이 하나씩 풀려가며, 점차 삶이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뎌졌던 감정 감각이 회복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겨나면서 변화는 자연스럽게 시작됩니다. 이는 의무감이나 도덕적 규범에서 비롯된 변화가 아닙니다. 얽히고 꼬여 있던 감정 반응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내면의 회복입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종종 과거의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왜 그때 나는 그렇게 어리석은 선택을 했을까 생각하며 부끄러워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의 감정적 고통은 매우 현실적이고 견딜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삶의 외적 상황들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며,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렸습니다. 그러나 여러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며, 결국 그 모든 감정은 내면에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외부 상황은 단지 내면 깊은 곳에 억눌려 있던 감정을 일깨우는 도화선이었을 뿐이었습니다. 물론 주변 사람들의 내면에 있었던 감정들도 나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점도 함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가족세우기를 통해 이러한 얽힘이 풀리는 감정의 경험은 제 삶의 여러 문제들을 하나씩 해소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제가 경험한 이 모든 것들을 심리학 이론으로 정리해보고 글로 표현하는 과정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심리상담을 통해 내면의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정서적 회복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제 삶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삶의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 시절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깊은 확신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