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 가사처럼 내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원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고통
예전에 가시나무라는 유행가가 있었습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에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이 가사를 곱씹어보면, 작사가가 인간의 내면을 매우 깊이 있게 통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튀어나와 가시 돋친 말을 하고, 결국 관계가 멀어지는 경험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마음 속의 서로 다른 두 자아가 갈등하는 모습입니다.
사실 이런 경험은 많은 사람들이 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가까워지고 싶어 하면서도, 뜻하지 않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차갑게 반응해서 관계를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나도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설명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마음은 분명 사랑을 향하지만, 행동은 그 반대로 나가는 내적 모순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갈등이 생길까요? 마음 안에서 서로 다른 ‘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심리학의 질문: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심리학은 여러 학문 분야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이 두 가지입니다:
①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고통을 겪는가?
② 그 고통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고통을 돕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수많은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내면 세계를 연구해 왔습니다. 프로이드의 성격 구조 이론도 그 유명한 예 중 하나죠. 하지만 그 이후로 마음을 설명하는 방식은 계속 발전해 왔고, 최근에는 **IFS(Internal Family Systems, 내적 가족 시스템)**이라는 접근법이 마음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IFS는 한 사람의 마음을 여러 ‘부분(Parts)’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가족 시스템으로 봅니다. 즉, 마음 속에는 단일한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역할을 가진 작은 자아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처럼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들을 이끄는 중심에는 **Self(자기)**라는 본질적인 리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IFS에서는 크게 세 가지 역할을 가진 Parts가 존재한다고 봅니다:
관리자 (Managers) 문제와 감정을 미리 예방하고 통제하려는 부분
소방수 (Firefighters) 문제가 터졌을 때 감정을 진화시키기 위해 즉각 반응하는 부분
망명자 (Exiles) 과거의 상처와 수치, 두려움, 버려짐, 애착 상처 등을 안고 숨어 있는 부분
망명자 부분이 치유되지 않으면 그 안의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때 관리자 부분은 ‘상처가 다시 자극되지 않도록’ 일상에서 조심하고 통제하는 전략을 씁니다. 반면 소방수 부분은 상처가 건드려지면 즉각 개입해 감정을 진화시킵니다. 그래서 폭식, 분노, 술, 게임, 도피 등으로 감정을 잠시 마비시키려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시나무의 주인공을 IFS의 관점에서 보면, 마음 안에 **망명자(상처 입은 내면)**가 숨어 있습니다. 사랑을 원하는 마음이 있지만 누군가 가까이 오면 상처가 건드려지고, 그 순간 소방수 역할이 튀어나와 가시 돋친 말로 상대를 밀어냅니다. 그러면 다시 외롭고 슬퍼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치유의 방향은 간단히 말하면:
망명자(Exile)를 인식 → 관계 형성 → 상처에 접근 → 상처를 해소(Unburdening) → 다시 Self 아래로 통합
이 과정을 통해 상처 입은 부분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더 이상 소방수나 관리자 부분이 과도하게 방어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됩니다.
이런 관점은 단지 개인의 내면만이 아니라:
가족 관계
집단 관계
사회적 갈등
을 이해하는 데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 그 혼란은 사실 내면의 상처를 돌아봐 달라는 일종의 마음의 신호이기도 합니다. 상처를 이해하고 돌보면, 외적인 행동과 관계의 문제도 함께 개선될 수 있습니다.
내속에 내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세상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을 해결할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삶의 고통이 삶을 집어삼키기 전에 모든 분들이 마음의 상처를 돌아볼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