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감정과 몸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 자신을 아는 기본입니다.
핵심감정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핵심감정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1976년 한국정신치료학회를 설립한 이동식박사입니다. 그는 한사람의 행동과 감정과 생각을 지배하는 중심 감정인 핵심감정은 "한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에 다 배어있다.", "쌀가마니의 어느 곳을 찔러도 쌀, 즉 핵심감정이 나온다 하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핵심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심리치료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어로는 Nuclear Emotion이라고 번역을 했습니다. 이러한 핵심감정은 사람들이 현재를 살지 못하고 과거의 그 핵심감정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어서 사람들을 어려움에 빠지게 합니다.
저의 상황을 핵심감정으로 이해해 본다면, 저는 나름대로 미국에서 좋은 기회를 잡았고 잘 살아갈수 있었는데, 과거 부모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졌던 분노, 수치, 두려움, 이해받지 못함, 그리고 억울함 등의 부정정인 핵심감정들 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던 기회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경우입니다. 과거의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그것들이 직장 동료들이나 상사들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때문에 생긴 것인줄 알고 오해를 한 것이죠. 그러한 잘못된 감정들 때문에 필요없거나 적절하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고, 그러한 행동들이 저를 어려움에 빠지게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감정들 이외에도 지난번 글에서 설명했던 Polyvagal Theory의 구분에 따르면 저의 몸은 항상 긴장하고 싸워야 할지 아니면 도망가야 할지와 얼어붙어있는 상태를 번갈아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핵심 감정과 몸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40년 이상을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런 상태였으니 삶이 즐거웠을리 없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편했을리가 없는 것입니다.
위빠사나 명상, 심리학 공부, 신체기반 심리치료, 그리고 뉴로사이언스에 대한 책등을 읽으면서 막연하게나마 저의 상태를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그 이후에 삶을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저의 감정과 몸의 상태를 돌아볼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전에는 어떠한 감정이 느껴지면 그 감정을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여서 괴로워 하고 힘들어 했다면, 요즘은 감정 자체를 바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놀라며, 주변의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잘못된 감정패턴을 수정할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의 몸이 항상 긴장하고 있었고 도망갈지 얼어붙을지를 선택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부모와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핵심감정과 평안한 몸의 상태를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과 손쉽게 연결될수 있었다면 나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고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저에게 주어진 상황이 그렇지 않았고, 저희 집안에서 내려오던 트라우마와 부정적인 감정과 침묵이 무게가 집안에 가득했던 분위기는 오늘날나의 특징을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감사한것은 개인적으로 그러한 상황에 있다는 인식을 할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핵심감정과 얼어붙은 몸의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지만, 긴 여정의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새로운 기회들을 통해서 나를 새롭게 만들어갈수 있다는 것에서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계신분이 계신다면 글을 통해서 같이 이 길을 걸아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