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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경험과 감정표현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

애착트라우마에 대해서 몇번 언급한적이 있었는데, 하나의 증상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두려움과 수치감 속에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것도 항상 그러한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애착트라우마는 몸에 기억이 되어있기 때문에, 자신의 이성적인 판단이 작동되기 전에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두려움과 수치감이 몸에 밴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두려움때문에 인식하지 않으려고 하고 이러한 이유로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게 됩니다. 감정을 알지 못하니 표현할수도 없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알지 못하면 마치 몸에 시한폭탄을 차고 다니면서 자신이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감정이 쌓이면 어떤 식으로든 몸과 행동에 반영이 될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에 대해서 무시하고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대인관계에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분노의 감정이 많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게되면, 엉뚱한 상대에게 화를 낼 가능성이 많이 있습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수치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불필요한 수치감으로 인해서 자신을 숨기거나 비현실적인 거대자아를 만들어서 잘난척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즉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지 않으면 대인관계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할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자주 생기면 사람들과의 관계가 깨어지고 지속될수가 없습니다. 나중에는 외로워지고 힘들어지지만,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후회만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다는 것이 죽음같은 괴로움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해줄수 있는 충고는 행위 위주의 충고이지만,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들 때문에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자꾸 하게 되면, 결국 자포자기하게 됩니다. 


첫단계는 자신의 의식에 인식되지 않았던 감정들이 있었음을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어렸을때 억울했던 감정들, 화났던 감정들, 수치스러웠던 감정들, 그 모든 감정들을 알아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감정들은 삶을 곳곳에서 기회가 될때마다 재경험 하게 됩니다. 마치 무의식이 의식에게 나를 좀 알아줘, 내가 이렇게 많은 힘든 경험과 고통을 당했었어, 제발 나의 고통과 괴로움을 알아줘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이, 숨어있던 감정들은 삶을 살면서 비슷한 상황들이 재현되면 표면의식으로 올라옵니다. 그때가 숨어있는 감정들을 알아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입니다. 내가 이런 어려운 감정들을 경험했었구나, 그때 그 사건 때문에, 내가 이런 수치와 분노를 경험했었는데, 그걸 내가 몰라 주었구나. 정말 미안해, 네가 그렇게 고통당하는 줄 내가 몰라줘서, 너무 미안해 하면서 자신에게 사과를 합니다. 감정은 영혼의 언어라는 말이 있는데, 자신의 영혼을 불러가면서 이러한 작업을 해주어도 좋습니다.  


두번째 단계는, 왜 그 당시에 그런 감정들을 억눌러야 했는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는 그러한 감정이 올라올때 주변의 안전한 사람과 그 감정을 나누려고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작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대방이 자신의 그러한 어려운 감정에 관심이 없었거나, 공감의 능력이 없었던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많고, 자신이 그러한 감정을 이야기 해도 소용이 없었다는 좌절감을 여러번 경험해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어린시절의 기억입니다. 그런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자각했다면 다시한번 그 어려웠던 상황에 대해서 깊이 자각하고 느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힘들었구나, 얼마나 두려웠니라고 자신에게 공감해주고 위로해 줍니다. 이정도까지만 할수 있어도, 분노나 두려움, 수치의 감정의 강도가 많이 낮아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감정이 느껴질때 그러한 감정에서 도피하지 말고 그 감정을 충분하게 느껴주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보통은 감정이 너무 강렬하면, 감정자체를 마주하기를 두려워하여서 다른 일을 하게 됩니다. 심하면 약물 중독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하지 말고 충분하게 느껴주면 감정의 강도는 약해지게 됩니다. 


세번째 단계는, 그러한 감정이 일어났을때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감정을 회피하거나 잊어버리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자신이 감정을 느끼는 깊은 의미를 찾아보고,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건전한 노력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때 진정한 성숙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가장 건전한 방법은 정서적으로 성숙한 사람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에 없다면, 책이나 관련 정보를 찾아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네번째 단계는, 날마다의 삶에서 작은 것에서부터 감정에 반응하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봄꽃이 피었다면,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 정말 아름답다라고 말 한마디를 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가 작은 친절을 베풀었다면, 감사합니다. 하고 말해보는 것입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왔다면, 수고했다고 한마디 해주는 것입니다. 청소하시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하고 한마디 하는 것입니다. 산의 정상에 가서 좋은 풍경을 보면서 정말 좋구나 하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작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이에 언어로 반응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법에 하나둘씩 익숙하게 됩니다.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도 너무 큰것들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 부터 부드럽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가는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지 않는 아이를 깨워서 학교를 보내면서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에게 오늘 못일어 나는 것을 보니 많이 힘들었나 보구나, 하지만 지금 많이 늦어서 빨리 일어나야 학교를 늦지 않을것 같은데. 하고 부드럽게 말해봅니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줍니다. 오늘 일상을 살아가면서 이렇게 작은 감정을 알아주고 반응해주다 보면, 감정을 알아차리고 반응하는 방법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고, 싫은 것을 싫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나쁜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분명하게 알수 있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자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들여다 볼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나가야 합니다. 어떤 나이에 계신 분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시작하시면 됩니다. 작은것에서 부터, 사소한것에서 부터, 시작하여 표현해 보세요. 근육 운동을 하는것처럼, 감정의 근육이 붙기 시작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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