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감정적 고통, 무기력감, 그리고 중독

감정적 고통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나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현실의 어려움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한 현실적 어려움은 감정적인 고통을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감정적 고통이 먼저일까요?  아니면 현실적 어려움이 먼저일까요? 물론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면, 무슨 말장난이냐고 화를 내실 분들도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니까 감정적 고통이 오는거지, 어떻게 감정적 고통이 먼저 오나라고 말이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시면 꼭 그런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채실수 있을 것입니다. 극단적인 경우에서 보면 감정적인 고통이 심한 사람은, 논리적 판단을 제대로 할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면 크고 작은 실수들을 할수 있고, 이러한 크고작은 실수들은 또 감정적 고통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보면 감정적 고통이 현실적 고통을 만들어 낸다고 이야기 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러한 이해에서 한발 더 나아가면, 마음에 고통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고통을 유발하는 상황이 삶을 통해서 계속 발생하여서 무의식이 의식세계에 자신의 마음에 고통이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알려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무의식에 숨어있는 감정적 고통도 문제이지만, 이러한 고통에 대해서 자신이 무엇을 할수 없다고 느끼는 무기력감이 있는 경우는 더욱 힘들어집니다. 아마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아기코끼리를 길들이는 방법을 아시는 분이 계실 것입니다. 코끼리가 어렸을때 목을 묶어서 말뚝에 매어 놓고 때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기 코끼리가 도망가려고 몸부림을 칩니다. 하지만 말뚝에 매여서 도망가지 못하고 결국은 맞으면서 어떻게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나중에 성인 코끼리가 되어도 말뚝에 매어놓으면 도망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몸집은 어른이 되어서 충분히 그 말뚝을 뽑고 도망갈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학습된 무기력감이라고 심리학에서는 합니다. 무의식적으로 말뚝만 보면 무기력해지는 것입니다. 자신이 충분히 힘이 있는 어른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것도 일종의 감정경험 혹은 암묵적 기억에서 감정기억으로 볼수 있습니다. 말뚝과 무기력이 감정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지요. 


사람은 부모와의 어린시절경험이 이러한 무기력을 학습하는 시간이 될수 있습니다. 부모들이 매일 싸우거나 부모중에 하나가 어린아이를 방치하거나 폭력을 가하거나 할때 자신은 할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면 그러한 고통의 순간에 도망가지도 못하고 자리에 그래도 있을수 밖에 없습니다. 나중에 어른이 된 다음에 그러한 고통이 있는 순간이 있다면, 그자리를 박차고 나가거나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되는데 학습된 무기력때문에 그러한 시도를 잘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고통을 어린시절 경험한 사람은 세상의 상황 자체를 안전하지 않고 위험한 상태로 파악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상황에도 계속 위기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항상 그런 긴장상황에 사는 사람이 자신이 할수 있는 것도 없다고 느낀다면 그 결과는 무엇이겠습니까?  그 고통을 잠시라도 잊어버리기 위해서 중독에 빠지거나 자살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의 고통의 시간들을 돌아보면 애착 트라우마로 야기된 정서적 고통과 학습된 무기력증이 저의 고통의 시간을 만들어낸 핵심 요소였습니다. 그 싸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얼마나 고통을 당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사이에서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고 주변의 도움의 손길들을 만나면서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실마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는 과정을 통해서 나에게 주어진 고통스러운 감정들이 현존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라는 자각이 큰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적 고통이 현실의 문제들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요. 피어나는 봄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에서도, 놀이터에서 놀고있는 아이들의 웃음속에서도, 푸른 하늘에 떠가는 구름속에서도, 세상은 아름다운 축복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느끼고 표현할때, 끝나지 않을것 같았던 고통의 감정에 한줄기 빛이 들어왔습니다. 그 빛은 항상 거기에 있었는데 단지 내가 못보았을 뿐이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