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집 똥 구경 다 했다.
푸세식 변소와 첼로
"으악~~~ 엄마!! 쥐!!!"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시절
아침 등교 준비로 바쁜 시간 화장실 풍경이다.
철퍽철퍽. 찍찍찍.
푸세식 화장실, 깊은 구덩이 속 물에 빠진 쥐가 허우적 대는 소리다.
똥을 푼다는 표현을 한다. 구덩이가 그것들로 가득 차면 퍼내는 것.
차오르면 문제가 안되지만 갓 퍼낸 구덩이엔 물이 고이게 되고 밤새 바삐 움직였을 그 녀석이 운도 없이 그곳에 빠지게 된 것이다.
소리치는 나도, 그 속에서 생사를 오가는 그 녀석도 환장할 노릇이긴 마찬가지.
펄펄 끓는 기름에 손을 담가도 멀쩡한 우리 엄마는 이번에는 긴 막대를 가지고 앞뒤 분간 안 되는 그 녀석을 마구잡이로 찔러 처리(?)하신다.
(세상 모든 엄마한테는 절대 덤비지 말자!)
그 시절 친구가 집에 놀러 오겠다 하면 나는 그 부끄러운 화장실부터 떠올라 갖은 핑계를 대곤 했다.
그날은 그 어떤 핑계도 통하지 않았는지 집에 놀러 온 친구는 하룻밤 자고 가게 된다.
제발 화장실만 가지 마라.. 하루쯤은 안 가기도 하니까.. 나의 소원 따위는 우습다는 듯이 다음날 아침 친구는 여지없이 화장실에 간다.
돌아온 친구가 딴에는 나를 배려해주고 싶었나 보다.
"너희 집 식구들 똥 다 봤다~"
별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해주는 속 깊은 친구가 내심 고마웠지만 달아오른 얼굴은 막지 못했다.
우리 집 화장실은 왜 그러냐는 둥, 용달차 말고 나도 승용차 타고 싶다는 둥의 말은 동생과 나에겐 금기어로 여겨졌다.
창피하다는 말을 해본 적은 없지만 나의 부모는 왜 그 마음을 몰랐겠는가.
투정 한번 부리지 않는 그 모습이 더 마음 아프셨겠지.
어린 마음에도 정말 착한 사람이라면 그런 걸 부끄러워해선 안된다 생각했고 그런 마음이 들라치면 죄송스러웠다.
딸아이는 첼로를 배우고 있다.
발레를 배운 적도 있고 골프며 테니스며 무료 강습도 심심찮게 다닌다.
동네에 피아노, 태권도 학원만 주구장창 있던 시절에서 이제는 그럴 듯 해 보이는 것들을 더 쉽게 배울 수 있는 시절이 되었다.
푸세식 화장실은 경험도 없거니와 그런 곳에서 용변을 보게 되는 일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생일날 먹어야 하는 손꼽아 기다리는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배민 포에버)
30여 년의 시간은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달라지게 했다.
그 시절 우리는 빈곤함 속에서 결핍을 배우며 부모의 마음을 어렴풋이 헤아리게 되었고, 그 안에서 가지 치듯 많이 생각이 일었다. 그렇게 알 수 있는 것들, 알게 된 것들이 많아졌던 나날이었다.
모든 것이 풍족한 요즘 아이들.
더 똑똑해진 건 맞지만 스스로 알아채지 못하기에 정작 가르쳐야 할 것이 더 많아진 건지도 모르겠다.
Lack of money is no obstacle.
Lack of idea is an obstacle.
- ken Hakuta -
경제적 빈곤은 문제가 아니다.
생각의 빈곤이 문제다.
- 켄 하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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