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들던 한파의 끄트머리에 결국 나는 여지없이 감기에 걸렸다. 비염과 감기를 달고 사는 나였지만, 하필 코로나 3차 대유행 시기에 감기에 걸린것이 못내 못마땅했다. 목이 아프고 콧물이 나는 증상뿐이었지만 그냥 감기일거야 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질병관리청 1339에 전화를 걸어 내 증상을 설명했더니 코로나검사를 먼저 받기엔 애매하다며 국민안심병원에서 진료를 먼저 받을 것을 권유했다.
진료를 마친 의사선생님은 목이 부었다며 처방전을 내려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혹시 모르니 코로나검사 받고 가실래요?"
저한테 코로나의심증상이 있나요? 라는 질문에 의사선생님은 무증상환자도 많으니까요, 혹시 모르니 받으시라는 거죠. 라며 주사위를 나에게 넘겼다. 평소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고 출퇴근 외에는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음성일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검사를 받았고 다음날 아침 결과가 나오기까지 22시간동안 혼자 자가격리를 하면서 나는 내내 지옥에 있었다.
그 지옥은, 내가 만약 양성판정을 받게 되어 사내 1호 확진자가 되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의 지옥이었다. 사내 1호 확진자의 의미는 비단 나와 내 가족의 안위만 걱정할 문제의 차원이 아니다. 확진자의 발생으로 우리회사가 원청업체로부터 당할 불이익, 셧다운, 매출액의 감소, 매출액의 감소는 곧 직원들의 밥줄인 급여가 나오지 않는다는 그이상의 어떤 것과 도대체 뭘 하고 다니기에 코로나에 걸리냐는 비난과 원망의 화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그것은 내가 완전 벌거벗겨진 채 거리에서 돌을 맞는다는 것 이상의 문제이기에 내 검사 결과에 나는 나대로, 직원들은 직원들대로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다행히 내 검사결과는 음성이었고 나는 22시간의 기나긴 기다림 끝에 지옥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내가 지옥에서 벗어났다 해서 지옥이 끝난것은 아니다. 내가 사내 1호 확진자 타이틀을 획득하지 않았음으로 앞으로 혹시 우리회사에서 누군가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된다면 그 직원은 검사결과가 나올때까지 나처럼 지옥속에 있을 지도 모른다. 혹시나 사내 1호 타이틀을 걸게 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안은채.
'나만 아니면 된다' 던 모 과장님의 발언이 이기적이라 생각하며 괘씸해했었는데, 막상 내가 검사를 받고 두려움의 지옥을 견디다 보니 그 과장님의 말은 서글프지만 명백한 사실이었다.
작금의 코로나 시기에 사내 1호 확진자는 나만 아니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