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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 Feb 13. 2016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고 싶다

포기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1.

졸업하자마자 운좋게 중견기업에 정규직 전환 인턴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꽤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업계 1위 회사에 입사했다는 뿌듯함,

아침마다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본사로 출근하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하였다.


하지만 입사한지 4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중견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영업사원으로서 이 회사에서 나만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리고 해외에서 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어렸을적부터 해외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우연히 해외에서 연수를 받고 취업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합격하게 되어 꿈에 그리던 해외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2.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웠던 약 10개월 간의 연수생활 이후 신발 부속품 제조 공장의 생산관리로 취업하게 되었다.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브랜드들의 신발 부속품을 만드는 회사였다.

하지만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공장생활.

주말만 되면 불러내 끌고다니며 이상한 곳에 데리고 가는 기숙사 생활을 일주일 겪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염 과정에서 나오는 역한 냄새들 그리고 헥산을 손으로 만지는 대책없는 공장 환경.

기숙사에 들어오면 머리는 멍해지고 이대로 바보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2주가 채 안되서 공장을 나와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채..


3.

운좋게 돌아오자마자 외국계 스타트업 기업의 영업기획팀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외국계 기업답게 상대적으로 수평적인 문화가 존재하고 있었고, 회사 사람들도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좋았다.

영업기획팀이라는 타이틀도 나쁘지는 않았다.(팀이름은 영업기획이지만 영업지원 업무를 하였다)


일이 생각보다 너무 어렵기는 하였지만, 할만은 하다고 생각했다.

SQL쿼리 언어를 알아야 했고, 스타트업 특성상 들어온지 2개월 밖에 안된 나는 2년차 정도는 맡아야할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새벽 4시까지 야근을 하게 된다.

한번 야근을 하니 그 이후부터는 야근이 일상화 되어버린다.

평소에도 12시~1시까지 일을 하는 사람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새벽 5시까지는 일을 왜하는지 알수조차 없었다.

스타트업이니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회사 간부의 말.

하지만 그렇게까지 일하면서 기회를 얻고 싶지 않았다.


새벽 1~2시까지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러 나와 진급을 한 시니어 스태프가 있었다.

그에게 나는 일 안하는 주니어 스태프로 낙인 찍혀버렸다. 그처럼 야근 하기 싫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국 사이가 안좋아져, 말도 안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타트업이라지만 직급의 위계질서가 너무나 분명하고, 경력자들로만 채워지는 매니저급 포지션들.

이미 회사의 규모도 스타트업은 아닌듯 싶었는데, 아직도 야근만을 강요하며 기회를 찾으라는 회사간부의 말은 귓가에서 공허하게 울려 퍼질뿐이었다.


한달 전에는 몸에 이상까지 생겼다.

더이상 야근을 하기에는 몸이 버텨주지 못할 것 같았다.

시니어 스태프들과의 사이는 악화될 뿐이었고, 결국 나는 몇차례 그들과의 다툼 끝에 회사를 다시 한번 그만두게 되었다.


해외에서 돌아온지 겨우 7개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다시 한번 포기하게 되어버렸다.


4.

한번 영업직으로 시작하게 되니, 딱히 다른 포지션을 쓸 수도 없을 것 같다.

왜 나는 사회과학을 전공했고, 아직도 사회과학과 관련된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는데 영업관련 포지션 밖에 지원하지 못할까.

나는 도대체 대학교에서 무엇을 한걸까.


아 그나마 영어 공부는 열심히했다.

물론 학교에서 열심히 한것이 아니라, 혼자서 NBA중계와 뉴스를 보려고 열심히 했다.


아직도 뉴스에는 청년 실업률에 대한 이야기만 나온다.


청년 실업률이 얼마나 높으지에 대한 이야기만 나올뿐,

막상 취업한 이들이 어떠한 고통을 안고 사는지,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몸을 버려가면서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취업만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대학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결국 취업은 하게 되어있다. 그 시기가 언제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모두는 결국 취업을 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취업을 하고 난 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아닐까.

이 일이 정말 돈만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인지,

아니면 내 인생의 동반자로서 함께 할 수 있는일인지.


대학 생활은 개인이 인생의 동반자로써 평생 해야할 일을 모색하는 시간이 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학교는, 그리고 우리의 기성세대들은 과연 대학에 어떤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취업만 하기 위한 곳이 대학교라면, 난 굳이 대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지금까지 취업을 한 것도 영어를 조금 했었기 때문에 들어간 곳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5.

나는 이번달까지만 일을 하고 더이상 회사에 나가지 않기로 하였다.

내 나이는 이제 30이 되었다.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평생의 동반자로 삼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싶다.


누군가는 나의 글을 읽고 이런말을 할 수도 있으리라. 당신은 핑계를 대고 있다고. 당신은 그저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그렇다. 나는 포기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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