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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 Jun 23. 2018

공부의 목적

자아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한 사회를 위하여

Jimmy Kimmel의 토크쇼 Generation Gap이라는 퀴즈 코너에 출연한 Isaia Thomas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링크 https://youtu.be/0Np4K_PAfnI) Player's Tribune에서 셀틱스 팬들에게 보낸 글을 기고하며 나에게 감동을 준 Isaia Thoams가 농구만 아는 바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준 이 영상은 공부에 대한 나의 문제 의식을 정리하는데 크나큰 도움을 주었다.(Player's Tribune은 스포츠 선수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자신의 이야기를 기고하는 공간으로 좋아하는 운동 선수가 있다면 한번쯤 들어가 볼만한 사이트이기도 하다.)


Player's Tribune에서는 꽤나 똑똑해보였던 우리의 Isaia Thoams는 퀴즈쇼에서 어벤져스의 타노스도 모를 뿐더러, 요즘 미국에서 가장 핫한 Childish Gambino도 모르는 농구 바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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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이후 잦은 트레이드로 현재는 레이커스에 가 있다. 사진은 전성기 시절인 셀틱스 시절의 모습)


반면 또 다른 Isaia Thomas는 꽤나 많은 문제를 맞혔다. 현재 농구 선수가 아니니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쏟을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때 디트로이트 전설에서 현재는 해설로 활동중인 아이재아 토마스 원)


이 동영상을 처음 보게 되면 "어쩜 저렇게 멍청할 수가 있지" 라며 Isaia Thomas에게 댓글로 욕을 날려버리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I'm like the Cavs, I'm gonna get swept"라고 말한 시점부터 우리는 그의 총명함을 엿볼 수 있다.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넘김과 동시에, 전 소속팀을 엿먹이는 이런 지능적인 멘트를 구사하다니. 적어도 이 시점에서 우리는 그가 총명한 선수라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다.


동시에 그가 만약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그런 농구 바보가 될 수 있었을까라는 의구심이 솓구쳐 오르게 시작했다. 농구만 아는 농구 바보인 그가 과연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과연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애초에 그가 아무리 농구를 좋아한다고 해도, 대관절 한국에서 농구 선수를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그는 180cm도 채 되지 않는 엄청난 단신 선수였던 것이다. (그의 키는 175cm이다.)


농구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175cm의 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아마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한국의 젊은이들 중 10명 중 4명이 공무원 준비를 한다고 한다.) 공무원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스펙을 쌓는답시고 토익책과 대외활동을 열심히 준비중일 것이다. 둘 중 무엇이 되었든 간에, 우리나라의 청년 인생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공무원 준비를 하거나,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스펙을 쌓던가 둘 중 하나이다. 다른 답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는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중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를 다닐때까지 선생님이나 어른들에게 다른 답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조언을 들은 적이 거의 없다.


우리의 Isaia Thomas 이야기로 다시 넘어가 보자. 우리의 토마스는 어렸을 적 부터 농구가 매우 하고 싶었을 것이다. 친구들로부터 잘한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아무리 농구를 하고 싶어해도 주위 사람들이 농구만 하도록 절대 놔둘리가 없다. 키가 175cm인 우리의 토마스가 농구 선수를 한다고 말하자, 주위의 모든 선생님 혹은 어른들은 우리의 토마스에게 "내가 인생 선배로서 말하는데 말이지!"라는 추임새를 넣으며. "말도 안되는 소리 그만하고, 가서 공부나 해!"라고 일갈하기 시작한다. 그렇다 우리의 토마스는 할수 없이 왜 해야하는지도 모르겠는 시험의 개념서와 문제집을 풀며 자신의 아름다운 10대를 끝마치고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경영학과가 취업이 잘 될것 같기 때문에, 경영학도로서 새학기를 맞이하게 된다.


새학기의 기쁨도 잠시, 1학년부터 취업의 압박이 그를 힘들게 한다. 사실 아직 1학년이기 때문에 별로 신경은 안쓰지만, 그래도 무언가 하기는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은 농구를 하고 싶었는데, 혹은 농구와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싶었는데 자꾸만 공부를 하라고 한다. 도대체 공부가 뭘까. 시험 과목의 개념서를 읽고 문제를 푸는게 공부라는 것 같은데, 도대체 왜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농구 드리블 연습, 슛 연습, 그리고 농구 관련 비디오를 보며 전술을 익히거나, 농구 관련 지식을 쌓는 것도 자신이 보기에는 공부인 것 같은데, 그건 공부가 아니라고 한다. 도대체 공부란 무엇일까? 혼란스럽기만 하다.


결국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고, 남들이 스펙을 채운다길래 토익 시험도 보고 무언가 이것저것 대외활동을 한다. 왜 하는지도 모르는체 그렇게 대학생활을 보내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것 같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라도 중소기업에 가게 되면, 연봉도 적고, 일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들으니, 차라리 1~2년 조금 힘들더라도 어느정도 고난의 행군을 거치고 나면 왠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공시 준비도 조금 해보려고 하는데, 학점이 또 은근히 잘 나와 대기업을 가야하나 갈팡질팡 하다보니 어느덧 4학년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곤 도서관에 공부를 하러 가는데...


도대체 공부라는게 무엇일까.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 개념을 공부하고 문제집을 달달 푸는 것은 공부이고, 드리블과 슛 연습을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본 있이 있는가. 나는 있다. 본질적으로 반복과 숙달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난 이 둘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비단 농구 뿐만이 아니라, 그게 무엇이 되었든 난 우리 어른들이 말하는 공부와 우리가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 하는 모든 반복 및 숙달 활동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공부라는 것은 무언가를 반복하고 숙달하는 과정이다. 본질은 무언가를 반복하고 숙달하는 것이지, 그것이 꼭 특정 과목에 편향되어서도 안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문제만 잘 풀면 된다는 편협한 교육관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희생되었는가. 뿐만아니라 이기적인 아이들만 양산하는 현재의 교육은 더 많은 미래의 꿈나무들을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많이 아는 것 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알아야 할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신이 무엇을 알아야 할지를 알면, 사람은 그것을 알기 위해 노력하게 되어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노력하는 과정이 바로 공부라는 것 아닐까.


과거의 어른들이 한정 지어놓은 공부라는 무의식에서 많은 이들이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이런 무의식의 지배 속에서 10대를 살아온 우리는 20대가 되어서도 다양한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이다.(필자 역시 그러한 부류 중 하나였다.) 찬란했던 젊은 날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방황하다 30대에 이른 자기 자신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왔던 것일까.


다시 우리의 토마스 이야기로 넘어가보도록 하자. 토마스는 어벤저스의 타노스도 모르고, 미국에서 핫한 Childish Gambino도 모르고, 다른 것도 별로 아는게 없어 보이지만 적어도 농구에 관해서 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꼭 모든 과목을 만점 받는 것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사회가 언제가는 오기를 기대한다. 적어도 20대까지는 무조건적으로 아이들을 시험의 늪에 빠지게 하기 보다는 공부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시점은 바로 우리의 무의식 전반에 깔려있는 공부의 개념이 다양성을 띄게 되는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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