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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 Jul 01. 2018

[북리뷰]카오스 멍키

모험심 가득한 반항아의 실리콘밸리 체험기!

카오스멍키:

서버가 늘어선 데이터센터에서 원숭이가 케이블을 뽑고 서버를 부숴 난장판을 만들듯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일부러 프로세스와 서버를 다운시킴으로써 그러한 공격에서 성능 저하 없이 살아날음 수 있도록 실험하는 내부 결함 테스팅 툴.


신문을 읽다 보면 도저히 실현 불가능해보이는 주제를 다룬 사설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령 '노사간의 평화로운 대타협'이라던가, '한국 보수는 재생이 가능한가'라는 글과 같이 현실에서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주제의 글들 말이다. 이런 글들을 쓰는 사람들의 직업을 보면 대부분 교수들이다. 흔히들 교수들은 실제로는 무언가를 직접 하지 않으면서,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글로만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렇지 않으신 분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에 비해 적어도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이들은 나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서비스를 만든다거나, 자신만의 이상을 구현할 무언가를 실제로 만드는 이들이다. 단지 글로만 떠들기보다는, 최소한 스스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그 지옥 속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그들보다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이들이지 않을까 싶다. 다만 그들이 절대 순진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마크 저커버그,  브라이언 체스키, 에반 스피겔.. 여러분들 중 이 세명 중 최소 한명의 이름은 들어 봤을 것이라 생각한다.(몰라도 사는데 별 지장은 없다.)혹시 다른 두명을 모른다고? 그렇다해도 걱정하지는 말자. 곧 설명해줄테니. 이들은 스타트업계에서는 신으로 추앙받는 존재들로, 각각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스냅쳇의 창업자들이다.


Facebook = "Be connected"

Airbnb="Belong Anywhere"

Snapchat="Life is more fun when you live in the moment."


각 회사의 슬로건을 들여다보면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참으로 두리뭉실한 표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무엇을 연결한다느니, 어디에서든 잘 수 있다느니, 현재를 즐기면 인생이 더 즐겁다느니 같은 표현들은 사실 여러분의 돈을 뜯어내기 위한 문구에 불과하다.


어쩌면 그들의 첫 스타트업 창업은 흔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하는 말처럼 "To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일확천금만을 노리는 이들의 놀이터가 된 것이 스타트업의 현실이다. 결국 창업을 한다는 것은 평생 사람들이 만져보지 못할 일확천금을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으로 귀결되는데, 꼭 그런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카오스멍키"라는 책을 통해서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를 다니다 그만두고, 한 온라인 마케팅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게 된 이 책의 저자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는 이후 애드그로크 창업, 그리고 페이스북을 거치며 존재할 수 있는 모든 회사의 유형을 경험하게 된다. 그가 골드만삭스라는 대기업을 그만둔 이유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너무나 시대에 뒤떨어지고 반응속도가 느려서 마치 역사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진 회사에서 일을 하기 보다는 새로운 풍랑에 휩쓸리며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신대륙에 가보는 것이 그의 성격에는 맞았던 것 같다.


신대륙을 찾아 나선다는 것은 고통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그는 새로 이직한 애드캐미라는 스타트업 회사에서  회사의 비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와 더불어 쓰레기 같은 인성을 지닌 사장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게 된다.(안토니오는 사장이 던진 야구공에 손가락을 맞아 부러지는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쓰레기 같은 사장의 인성과 보이지 않는 회사의 미래 앞에서 고민하던 안토니오는 같은 회사 개발자 2명과 함께 이 지옥같은 곳을 탈출하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을 치며, 결국 YC라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에 뽑히게 되면서 스타트업 창업을 성공하기에 이른다.(참고로 여기까지만 읽게 되었을 경우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실화이다.)


스타트업 창업 이후 약 8개월 동안 수많은 장애물을 넘나들며, 우여곡절 끝에 트위터에 약 500만달러에 회사를 팔게 된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인수가 그러하듯, 인수당하는 기업의 창업자들은 인수되는 기업으로 흡수되기 마련이다. 사실 인수하는 대기업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그들의 기술이라기 보다는, 그들 자체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즉 500만 달러는 사실상 공동 창업자 3명의 몸값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안토니오는 인수 과정에서 페이스북 측 관계자로부터 입사 제의를 받게 된다. 그는 트위터의 뒤통수를 치며, 결국 페이스북에 입사하게 된다.(안토니오에게 트위터라는 기업의 기업 가치는 별 볼일 없는 수준이었다.)


페이스북에 입사하게 된 그는 미친듯이 신제품 개발에 메달리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의 창업가 정신이 그의 가치를 증명하는데 방해를 놓기 시작한다. 그의 창업가 정신으로 보았을 때, 상사와 의견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것이 옳은 일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역시 이미 그 시점에는 대기업화 돼 있었기 때문에,  상사와 항상 언쟁을 벌이는 이는 언젠가 내쳐질 위기에 몰릴 뿐이었다.


페이스북이라는 회사는 이미 주인과 노예 관계가 확실하게 구분된 신분제 사회였고, 이 사회에서 노예가 반기를 들 경우 내려질 처형은 죽음 뿐이었다. 그가 페이스북에서 약 2년이라는 짧다면 짧지만 긴시간을 버텨냈던 이유는 그의 창업자 정신 때문이었다.(물론 연 단위로 지급되는 베스팅 지분을 모두 확보하려면 최소한 4년을 일해야 하는 계약 조건도 그의 빠른 퇴사를 막는 요인 중 하나이기는 했다.)


여기서 말하는 창업자 정신이란 바로 "누군가가 되는 것과 무언가를 하는 것, 어느쪽을 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무언가를 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되기 위해서는 윗사람들에게 아부를 잘 떨며,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만 하면 된다. 쉽게 노예 사회를 예를 들어 보자. 주인의 말에 의심의 눈초리 없이 절대 복종하고, 그의 깊은 뜻을 미리 헤아려 일까지 잘하는 노예가 있다고 치자. 그 노예는 같은 노예이기는 하지만 다른 노예를 관리하는 관리자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비록 노예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하는 것은 노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주인에게 아부하며 다른 노예들을 괴롭히며 살기 보다는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 이 길은 험난한 길이다. 가시밭 길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따라야 하고, 스스로를 믿으면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조직에서 눈밖에 나기 십상이다. 결국 회사의 눈밖에 난 그는 마지막까지 상사와 충돌하다, 그의 팀 제품마저 회사에서 외면받게 되자 회사를 떠나게 된다.(사실 떠났다기 보다는 그 상사한테 짤렸다.)


창업자 정신을 지니고 있던 우리의 안토니오는 결국 트위터에서 이전에 자신이 페이스 북에서 만들었던 상품과 유사한 상품을 만드는 팀의 고문 역할을 제의 받게 되고, 쿨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시간을 들여 이 책을 집필하게 된다. 이 책을 집필한 이후에는 요트를 타며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고 있다고 하니, 듣던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표지에 적힌 "혼돈의 시대, 어떻게 기회를 낚아챌 것인가"는 누가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의 본질을 잘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안토니오는 분명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회를 낚아채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그의 진정한 꿈은 요트를 타며 세계를 돌아다니는 일이다. 자본주의 세계라는 속세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 그것이 그가 진정으로 원했던 일인 것이다.


그가 묘사한 실리콘밸리는 우리가 신문으로만 접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보였다. 실리콘밸리의 돈에 대한 광기는 적어도 월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듯 보였다. 세계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자던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은 돈에 눈이 뒤집혀 온 세상을 집어 삼키려 하고 있다. 이런 무자비한 횡포 속에서 안토니오 같은 반항아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민낯을 봤다는 점 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존중 받을만하다.


나 역시 누군가가 되는 것보다는 무언가를 하는 사람에 가깝다는 점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특히나 나 역시 그와 비슷한 이유에서 여러번 회사를 퇴사하였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쩌면 무모해보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와 나는 닮은 구석이 꽤 있지 않나 싶다. 모두들 가지 말라는 길을 함께 걷는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모험심 가득한 반항아의 실리콘밸리 체험기!"


앞으로 안토니오의 인생과 필자의 인생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란다.


"누군가가 되는 것과 무언가를 하는 것,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사람은 종종 삶에서 갈림길에 서게 된다. 한쪽 길로 가면 뭔가를 할 수 있다. 자신이 속한 조직과 세계 내에서 유의미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가치관과 비전에 충실하고, 그 비전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준 이들과 함께하는 길이다. 그는 모두가 그를 의심할 때도 스스로를 믿어야 하며, 그로 인해 일로 얽힌 사람들의 눈총을 한 몸에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상상의 호의를 얻거나 체제순응적인 주변인들에게 찬사를 들을 일도 없다. 하지만 어쩌면, 어쩌면 그의 주장은 옳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든 조직에 내재된 다수의 평범성을 초월해 영속적 가치를 지닌 뭔가를 창보해낼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록 겉보기에는 분열을 조장할지라도.


또 하나의 길은 누군가가 되는 것이다. 그는 알짜 제품을 배정받고, 그의 세계에서 윤리적 가치를 규정하는 일련의 사소한 장점들로 조직형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싸구려 찬사를 동료들로부터 받는다. 하지만 동료들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전체적인 사명이 진척되도록 돕기는 커녕 실제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실질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조차 드물다." - 책 내용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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