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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k Mar 21. 2019

#14 : 비전공 개발자 전직 실패기 - 1

누군가의 성공 이면에 숨어있는 실패 이야기

1.

브런치에서 많은 비전공 개발자들의 성공기를 읽으며 나도 한때는 꿈에 부풀어 있던 때가 있었다.

"꺼지지 않는 저 수많은 빌딩들의 불빛들. 저 안에서 반딧불처럼 불을 밝히며 야근하는 프로그래머들이 나의 미래구나. 하지만 2~3년 정도 불을 밝히다 보면 나도 디지털 노마드가 될 수 있겠지??"

"아니야 페이스북, 트위터 등등 저 수많은 실리콘벨리 스타트업 개발자 출신 CEO들처럼 나도 한국의 마크 주커버그가 될꺼야!!" 와 같은 그런 헛된 꿈들 말이다.


2018년 5월 31일 나는 퇴사 하였다. 국비지원을 활용해 최대한 빨리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위해서는 내일배움카드를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프로그래밍 강좌가 언제 시작하는지 알아보아야 했다. 내가 원했던 프로그래밍 강좌는 자바 및 웹/앱 프로그래밍이었다. 최대한 빨리 신청하기는 하였으나 카드 발급만으로 최소 1달은 기다려야 한다. 기왕 하는김에 취업 성공 패키지도 신청하게 되었다. 취업 상담을 하면 돈을 준다는 말에...퇴직자에게는 한푼이 아쉬운 법이니.


다행히 7월 17일 내가 원했던 프로그래밍 수업이 비어 있어 운좋게 수강신청에 성공하였다. "자바 웹/앱 하이브리드 과정 "이라는 수업으로 자바 기반으로 웹 및 앱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과정이다. 나는 이 수업을 2018년 7월 17일부터 2019년 1월 17일까지 6개월 동안 수강하게 된다.


이 글은 6개월 동안의 수업을 모두 종료하고 비전공 개발자가 되는데 실패한 나의 프로그래머 도전 실패기이다.


참고로 나는 다음주부터는 프로그래머가 아닌 경영 관리팀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될 것 같다. 비전공자인 나는 왜 프로그래머가 되려고 하였는지. 그리고 왜 실패하였는지에 대한 회고와 함께 나와 약 1년 동안 걸어왔던 "퇴사 시리즈"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2.

지난 6개월 동안 정말 미친듯이 몰입하며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처음 자기 소개를 하는 날 느꼈던 그 이질감이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이제는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 시켜준 날이랄까.


나는 더이상 무엇이든 할 수 있는 20대가 아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이미 너무 나이가 먹어버린 뒤였다. 우리 반에는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 군대를 갓 마치고 온 복학생, 대학교를 갓 졸업한 취준생들대다수를 이루고 있었고 심지어는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전공자들 역시 꽤나 많이 있었다. "이 친구들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반, 그리고 33세의 늦은 나이에 선택한 이 길이 과연 옳은것인가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감이 엄습하였다.


다만 나는 프로그래머 취직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플랜B를 지니고는 있었다. 나의 플랜B는 내가 이전에 한 경력과 IT쪽 지식을 더하여 IT관련 회사에서 경영 기획 관련 업무를 하는 것이었다. 혹은 IT회사의 해외영업 업무를 하던가. 꼭 프로그래머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갖지 않으려고 하였으나, 공부를 하다보니 꼭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었고, 공부하는게 재미있기도 하였다.


3.

-내가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한 IT회사에서 SQL을 만난 순간이 내가 프로그래밍라는 언어에 눈을 뜨게 된 역사적인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곳에서 일을 하며 프로그래밍을 꼭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나에게 프로그래밍이란 21세기를 살아기기 위한 기본적인 언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프로그래밍 학습에 대한 욕망이 컸는데, 나도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다. 단지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낀 것 뿐이니 말이다.


그 회사에서 일하던 순간부터 나에게 프로그래밍이란 언어가 영어만큼 중요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회사에 적응하느라 그 당시에는 프로그래밍을 배우지 못했다. 나의 평균 퇴근 시간은 11시에서 12시 정도였기 때문에...


건강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며 "IT마스터"라는 무역협회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할까 고민도 하였다. "IT마스터" 프로그램은 무역협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일본어와 프로그래밍을 동시에 교육시킨 뒤 일본 취업을 알선하는 프로그램이다. 개인적으로 일본 애니와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너무나 당연하게 흥미가 생겨 상담회에도 가보았지만, 그 당시 30이라는 나이가 너무 늦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대신 이직을 하여 한 수입 회사에서 수입 업무를 하게 된다. 다시 회사를 다니며 회사에 적응하느라 프로그래밍을 잊어버릴 때쯤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만들게끔 한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데...


4.

작은 회사를 다니다 보면 부족한 부분이 눈에 많이 띄이기 마련이다. 작은 회사를 다니는 가장 큰 이점 중 하나는 바로 이렇게 부족한 부분을 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충분히 낼 수 있고,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태블릿을 통해 고객정보를 수집한 뒤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한 마케팅 활동을 해주고 싶게 한다던가, 영업 매출 및 재고 분석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던가 하는 등의 뭐 이런 아이디어들을 실현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던 시점이 바로 다시 한번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싶었던 시점이었다.


영업 관련 플랫폼은 구글 닥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에 약 1년 동안 수정을 거치며 영업 관련 플랫폼은 구글 닥스로 만들게 되었고, 회사 사람들도 약 1년 정도 사용하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고객 정보를 기입하는 태블릿 관련 프로그램은 프로그래밍 언어가 필요한 영역이었다. 물론 구글 닥스로 할 수는 있겠지만 정보가 많아지다보면 너무 무거워지다 보니 전용 DB를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이 필요한 터였다.


회사에 적응을 끝낸 2년차때부터 드디어 나는 집에서 혼자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기 시작하였다.


자바스크립트라던가 HTML을 혼자서 공부 하였으나 프로그래밍은 내가 생각했던 훨씬 더 어려웠다. 생활코딩이라던가 유튜브를 보며 따라하기는 하였는데, 그것은 공부라기 보다는 타자 연습에 가까운 것이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하게 되었다.


그렇게 약 1년 동안 혼자서 프로그래밍을 찔끔찔끔 배우다보니 이 길을 택하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게 되고, 프로그래머가 사실은 내 적성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기도 하였다. 그 이유는 바로 프로그래밍 공부 하는 것이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음을 이 당시 나는 모르고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것은 단지 데이터를 만지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은 그로부터 약 1년이 흐른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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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동안 국비지원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배우게 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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