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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Feb 28. 2021

새벽에 일어나서 여행하는 이유

일출이라는 한 폭의 그림

뚜렷한 일정이 없는 장기 여행을 하다 보면, 당일치기 투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당일치기 투어(혹은 반나절 투어)는, 새벽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일출을 보는 과정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일출에 큰 로망이 없는 사람이다. 새해 1월 1일의 일출에 아무런 의미도 부여하지 않는 사람. 새벽에 일어나는 그 노력으로, 오후에 좋아하는 카페에서 1년 치 계획을 세우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 하지만 타지에서 만나는 일출에는 왜 그렇게 호기심이 생기는지 모르겠다. 발리 바투르 등산, 호치민 무이네 투어, 앙코르와트 새벽 투어 등 일출을 보는 당일치기 투어는 거의 모두 예약을 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맞는 일출은,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호치민에서의 “무이네 투어”는 화이트 샌듄에서 일출을 보는 것으로 시작해 레드 샌듄에서 아침을 맞고, 어촌 마을(Fishing Village)에서 베트남 전통 어시장을 느낀 뒤 마지막으로 요정의 샘이라고 불리는 LOI VAO의 자연절경을 즐기는 것으로 끝나는 반나절 투어였다. 무이네 투어는 동남아 여행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투어일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알찬 구성이다. 새벽길을 달려 화이트 샌듄에 도착했을 때, 태어나 처음 보는 끝없이 펼쳐진 모레 사막에 놀랐고, 그 뒤로 파란 하늘을 뚫고 나오는 빨간빛 하늘에 놀랐다. 모레 벌판 위를 달리는 지프차는 신기했으며, 발이 푹푹 빠지는 보드라운 하얀색 모레의 촉감은 기분을 한껏 더 업(up)되게 했다.



역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그날이 어떤 하루였는지와 상관없이 하루를 기분 좋게 한다. 일어날 때는 죽을 듯이 힘들지만, 막상 일어나고 나면 아름다운 일출과 함께 상쾌한 시작을 할 수 있다. 또 원하는 것을 실컷 즐기고도 남은 시간에 해야 할 일들을 끝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여행지에서 맞는 일출은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으로 남는 것 같다. 아름다운 그 풍경에 일출이라는 더욱 멋진 배경을 씌워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는 한 번에 뜨지 않는다. 해가 완전히 뜨기까지는 적어도 한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은 내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이 풍경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서서히 해가 뜨는 풍경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그동안 못했던 생각들을 정리할 수도 있고,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마음속 깊이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나눌 수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생각이나 상황에 간섭받지 않고 해가 뜨는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며 마음을 비울 수 있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언제나 힘들지만, 해가 뜨는 것을 바라볼 때는 항상 그 힘듦의 몇 배의 보상을 받았다. 개운해진 마음, 앞으로도 충분히 남아 있는 시간, 어느 때보다도 멋진 풍경이 그것이다. 앞으로도 자주 새벽에 일어나서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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