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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Mar 06. 2021

브런치의 도시, 멜버른

멜버른에서의 브런치 투어

나는 대학 시절 여행을 많이 다닌 편이지만, 꽤 편향적인 여행을 했다. 예를 들어, 아시아에서는 총 11개 국가를 여행했지만, 유럽, 북미, 남미에는 아직 발도 들여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종종 내가 가본 도시의 특징을 “아시아의 뉴욕”, “아시아의 이탈리아” 하는 식으로 이름 붙이곤 했다. 뉴욕도 이탈리아도 가보지 못했지만, 사진으로 봤을 때 내가 상상하는 유럽과 미국은 이런 느낌이고, 그 느낌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언젠가 그곳에 가고야 말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아무튼, 나는 멜버른을 "오세아니아의 이탈리아"로 이름 붙였다. 멜버른에서는 아무 카페에 들어가서 브런치를 주문해도,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 종류는 어찌나 다양한지.



멜버른에 처음 왔을 때부터 시드니와 다른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시드니는 깔끔한 느낌이라면, 멜버른은 좀 더 번잡한 분위기를 풍겼다. 건물들도 다닥다닥 붙어있었으며, 송전선부터 사람들까지 뒤엉켜 있는 느낌. 화려한 건물들이 많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이 정신없이 뒤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한적한 걸 좋아하는 내게 멜버른의 이런 첫인상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을 달래주었던 것이 있으니, 바로 멜버른 도심 카페의 브런치와 디저트이다.



멜버른 도심 거리를 걷다 보면 화려한 디저트를 판매하는 카페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사실 이런 디저트들은 막상 먹으면 많이 먹지는 못하지만.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해외 영화에서나 보던 비주얼을 실제로 눈앞에 마주한 기분. 마음이 소녀처럼 두둥실 떠오른다.



멜버른에 처음 도착해 먹은 음식이 바로 이 파스타와 스테이크다. 카페에서 서툴게 음식을 주문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 후, 마침내 이 파스타를 처음 보았을 때, 사실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파스타의 모습과 조금 다른 비주얼이었기 때문. 한국에서 먹던 파스타는 저렇게 건더기가 가득가득하지 않았고 스테이크가 채소와 버무려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한 번 맛본 순간, 지금까지 내가 파스타와 스테이크에 대해 큰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득그득하게 올라간 토마토와 치즈 같은 건더기들은 각각 그 싱싱함이 살아있었으며 그 조화가 하모니를 이루었다. 스테이크 또한 채소 및 소스와 먹었을 때 그 합이 더 좋았다. 후에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에서 주인공이 이탈리아에서 먹은 파스타의 비주얼이 내가 멜버른에서 먹은 파스타와 비슷한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완전 현지 느낌의 음식을 즐긴 거였구나!



매일 아침, 우리는 다른 카페에서 다른 브런치를 즐겼다. 3박 4일 내내 카페에 갔지만 같은 브런치를 먹은 적은 없었다. 브런치의 종류가 정말 다양했기 때문. 멜버른의 브런치는 우리나라처럼 빵과 베이컨 그리고 달걀의 일괄적인 요리가 아니었다. 다양한 채소와 연어, 치즈, 햄 종류 그리고 소스를 사용해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브런치들을 즐길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모든 브런치가 새롭고 신선했으며 맛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숙소 앞 아무 카페에서나 즐길 수 있는 느낌. 지금은 음식 하나하나의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신선한 브런치를 먹으며 매일매일 느꼈던 새로운 행복이 생생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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