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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Feb 13. 2021

보이지 않았던 것들

때론 멀어져야만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 전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어느 순간이 있다. 가령 매일 건너갔던 한강이지만 어느 햇살 좋은 오후 한강에 비친 햇볕의 반짝임이 유독 눈부신 날이 있는 것처럼. 일과를 마친 어느 날 저녁,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저 멀리 빛을 바라고 있는 국회 의사당을 바라볼 때, 그 아름다움이 다르게 다가올 때가 있는 것처럼. 이렇듯 우리에게 익숙했던 풍경이 갑자기 내 마음에 쑥 들어오는 어느 날이 있다.


나에게 한국에서의 이런 날들은 시드니를 다녀온 후 더 많아졌다. 떠나기 전에 미처 몰랐던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숨겨진 아름다운 곳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그 전에는 보고서도 그게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다른 나라에 가서 색다른 것들에 대한 경의를 한참 표하고 나서야, 내 주변에 있던 것들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 것이다. 왜 떠나기 이전에는 그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았던 걸까? 사실 나도 정확히 그 이유는 모르겠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잃어보고 나서 되찾았을 때 더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아무튼, 뒤늦게 깨닫는 것이 참 어리석지만, 한편으론 그렇게라도 깨달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드니를 다녀온 후 그 소중함을 더더욱 느낄 수 있었던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엄마의 사랑”이다. 생각해보면 엄마의 사랑처럼 내 옆에 당연하듯 항상 있지만, 잃었을 때 그 상실감이 큰 것이 없다. 호주에서 나는 빨래, 음식, 설거지부터 생활용품 구매, 화장실 청소까지 모든 생활을 내가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엄마의 손길이 나에게 얼마나 따뜻한 보금자리였는지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비단 집안일의 힘듦만을 얘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엄마가 나에게 보내주었던 따뜻한 눈빛, 날 생각해서 사다 준 음식들 이 모든 것들이 내 삶을 채우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말 없는 위로가, 행동으로 보여주었던 사랑이, 보이지 않아도 항상 내 옆에 있었다. 그 빈자리를 어떻게 말로 형용해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을 정도로, 그곳에서 내가 느낀 엄마의 빈 자리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호주에서 내가 가장 즐겨 들었던 노래는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멀리 떠나와서야 나는 엄마의, 가족의 사랑이 몹시도 그리웠다. 그들이 내 옆에서 내 삶을 함께 만들어 나가 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곁에 있을 때는 알 수 없는, 멀어져서야 사무치게 느껴지는 아름다움과 소중함…. 그 소중함에 대해 깨달음 또한 여행이 내게 준 또 하나의 선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그대 그늘에서 지친 마음 아물게 해. 소중한 건 곁에 있다고 멀리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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