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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tillery Story- 글렌키스 증류소

지어진 지 60년, '신생 증류소'

by 위스키내비
image (90).png 글렌키스 증류소

스페이사이드의 길을 돌아돌아 운전하다 보면, 암회색 돌벽과 민트색 문이 돋보이는 증류소가 모습을 보입니다. 대부분이 빨간 문, 혹은 짙은 초록색 문을 가진 위스키 증류소들 중에서 단연 튀는 비주얼을 한 이 증류소가 바로 ‘글렌 키스’ 증류소입니다.

EnglandWWI-58a62a145f9b58a3c9386ef3.jpg 제 1차 세계대전

글렌 키스 증류소는 20세기 최초로 설립된 증류소 중 하나입니다. 다만, 20세기의 반환점을 넘어 6부 능선인 1957년에야 세워졌죠. 이는 기본적으로 20세기가 위스키 업계에게는 굉장히 가혹한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1800년대 후반에 필록세라가 유럽에 창궐하며 유럽 시장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던 위스키의 호황기는 1914년에 1차 세계대전이 터지며 순식간에 무너졌고, 20~30년에는 미국발 대공황과 금주법, 1940년대에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며 사치품인 위스키에 대한 수요는 반세기 동안 바닥을 기었기 때문입니다.

Strathisla-Eco-image-4EB55AEA-rotated-e1646325836572.jpg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

1960년에 씨그램에 의해 세워진 글렌키스 증류소의 목적은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의 생산량을 확충하는 것이었습니다. 마녹모어-글렌로시, 글렌그란트-카퍼도닉처럼 스트라스아일라의 바로 옆에 건설되었고, 심지어 몰트 등 증류 재료들을 스트라스아일라로 직배송해주는 파이프라인도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글렌키스 증류소는 페르노리카의 훌륭한 테스트베드 역할도 수행했습니다. 글렌키스는 페르노리카가 소유한 스카치 싱글몰트 증류소 중 가장 최근에 건설된 증류소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1900년대 중후반, 당시 시그램은 글렌키스에 이어 알타바인과 브레이발 증류소를 건설했는데, 이 중 알타바인과 브레이발은 컴퓨터로 조율되는 자동화에 초점을 맞춰, 생산량을 증대하는 것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1800년대에 설립된 글렌리벳, 아벨라워, 밀튼더프, 글렌버기 등 다른 증류소들은 이미 활발히 스피릿을 생산하고 있었고, 함부로 기존의 생산 방식을 바꾸기 어려웠던 것이죠.

Allt-a-Bhainne_1600x.jpg?v=1571479010 알타바인 증류소

글렌키스 증류소에서는 여러 가지 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페르노리카 계열에서 가스 직화 증류를 처음 시도한 증류소도 글렌키스이고, 이후 알타바인과 브레이발에 적용되게 되는 컴퓨터 자동화를 처음 적용해본 곳이 바로 이 증류소이죠. 이뿐만 아니라 ‘Glenisla’ 라고 불리는 피트 처리된 물로 위스키를 만드는 증류 실험 등, 페르노리카의 시설과 생산 면에서 실험실로 이용되었습니다.

683afaaafc.png 패스포트 위스키

또한, 글렌키스 증류소는 우리에게 유명한 ‘패스포트’ 블렌디드 위스키의 키몰트이기도 합니다. 이 패스포트가 과거 90년대에 출시되었다가 2010년 후반대에 다시 재출시된 이유가, 바로 글렌키스 증류소의 1999년의 폐쇄와 2013년 재개장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패스포트’ 위스키의 키몰트로 사용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글렌키스의 원액은 주로 블렌디드 위스키에 사용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블렌디드용 원액의 특징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확실한 캐릭터’ 입니다. 청사과와 에스테르가 돋보이는 글렌키스의 위스키는 마스터블렌더 입장에서 블렌딩에 사용하기 무척 편한 위스키인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확실한 캐릭터를 가진 원액이 독립병입으로 출시되는 것 또한 독립병입 특유의 강한 개성과 맞물려 좋은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Glen+Keith+10+yo.jpg 글렌키스 오피셜 보틀링

블렌디드 위스키에 사용되는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의 부족한 생산량을 보완하기 위한 글렌키스 증류소의 특성상, 자체적인 싱글몰트 오피셜 보틀링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1990년대에 10년 숙성 제품이 한 번, 1983 빈티지 제품이 한 번 나왔고, 2020년에 NAS로 디스틸러 에디션을 출시헀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브레이발, 카퍼도닉과 함께 ‘시크릿 스페이사이드 시리즈’ 라는 이름으로 21년. 25년, 28년 숙성 제품을 빈티지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크게 알려진 제품은 아니거니와, 같이 나오는 시리즈들이 유명한 증류소는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은 편입니다.



독립병입 시장 기준으로는, 캐스크를 구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편입니다. 특히 재개장 이전, 1999년 증류소 폐쇄 이전까지의 원액은 캐스크 시장에서 잘 보이는 매물이 아닙니다. 한 번 병입했긴 했지만, 그 이후로 따로 매물이 보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만, 2013년 재개장 이후의 새로운 원액, 3~4년짜리 원액은 간간히 보이는 편입니다. 새로운 원액이 올해~내년에 12년 숙성이 되는데, 이 캐스크들을 사용한 독립병입 제품이나, 혹은 오피셜 12년이 나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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