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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가격,  얼마나 올랐을까?

우리는 위스키를 비싸게 마시고 있을까

by 위스키내비 Mar 1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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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를 가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좋은 위스키를 싸게 마셨는데, 이제는 너무 비싸게 먹고 있다는 것이죠. 아직도 돌아다니는 2016년 과거 홈플대란의 사진부터, 옛날에는 바에 맥캘란을 두 박스씩 무상으로 갖다주면서 판촉을 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원래는 100파운드에 불과했다는 블랙 보모어까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애주가에게 필요한 건 돈보다는 타임머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위스키가 얼마나 오른 건지에 대해 한번 알아보려고 합니다. 위스키의 암흑기가 아직 걷히지 않았던 1990년부터 위스키 붐의 최정점기였던 2020년까지 30년간의 위스키가격을 찾아보았습니다.

일단, 위스키의 원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자료들이 있습니다. 위스키는 기본적으로 ‘보리’ 를 효모와 발효시켜 끓여내고, 이를 숙성하는 거죠. 보리, 전기의 가격을 가지고 어느 정도 증류 비용이 올랐는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보리 가격 추이 (출처: https://fred.stlouisfed.org/series/PBARLUSDM/)보리 가격 추이 (출처: https://fred.stlouisfed.org/series/PBARLUSDM/)

1990년에 보리가격은 90.5달러, 2020년 보리가격은 173.5달러로, 대략 두배 조금 안되게 상승했지만, 당시 환율을 곱하여 계산한다면, 1990년대 보리가격은 63,000원, 2020년의 보리가격은 209,000원으로 약 3.5배 상승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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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가격은 중간에 에너지 가격 폭등의 영향이 있기는 했으나 1990년에는 단위당 가격이 1.8 달러 (환율 환산 1270원) 2020년에는 2.9달러 (환율 환산 3490원)으로 약 세 배 상승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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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전기가격은 Kwh당 7.2펜스에서 11.2펜스로 약 50%상승했구요.


그렇다면, 가장 흔한 위스키 중 하나인 조니워커 블랙은 몇 배나 올랐을까요? 1995년 출고가가 25100원, 2015년 출고가가 40425원이니 약 1.6배 올랐네요. 


출처: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1224764?sid=101

1995년 출고가 25001원

출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1224764?sid=101

2005년 출고가 30162원

2006년 출고가 32109원

출처: https://www.fnnews.com/news/200703261323481602?t=y

2010년 출고가 36687원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741686593064040&mediaCodeNo=257&OutLnkChk=Y

2012년 출고가 38500원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590806599467584&mediaCodeNo=257&OutLnkChk=Y

출처:https://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612_0013724937&cID=10402&pID=10400

2015년 출고가 40425원


1995년 월소득 수준으로 조니워커 블랙을 산다면, 즉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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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690원에서 8590원 (2020년기준)으로 대략 12.4배가 올랐습니다. 영국은 2.2배가 올랐죠 . 1995년에는 22시간을 일해야 조니워커 블랙을 살 수 있었지만, 2015년에는 8시간만 일하면 같은 제품을 살 수 있었으며, 2020년이 되면 5시간 일하면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국의 경우, 1990년대에는 4시간, 2020년에는 3시간을 일하면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임금을 반영해 구매력 기준으로 1995년의 25001원이었던 조니 워커 블랙은 2020년 기준으로 80000원수준입니다. 즉 우리는 조니워커 블랙을 50% 정도 싸게 마시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액면가는 올랐지만, 우리가 벌어들이는 돈도 그만큼, 혹은 그 이상 올랐기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 오랫동안 위스키를 마셨던 사람이라면, 체감적으로 위스키가격은 오른게 아니라 내렸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2017년 이후에 입문한 사람이라면, 위스키 가격에 대해서 매우 비싸졌다고 느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그때 많이 가격이 오르기도 했구요. 단기간의 위스키 가격 상승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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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로 인한 외출자제, 홈바와 홈술 문화의 유행으로 인한 일시적인 수요 증가 현상


프리미엄 타겟의 위스키에만 집중된 수요 (가쿠빈이 프리미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투자등 재테크 수단으로서 인식되는 위스키, 이로 인해 높은 가격에도 납득하는 소비자


물류대란 및 세기말적인 분위기로 인한 공급불안정 체감


10년간 최저 환율 (2017년)에서 10년대 최고치까지 환율이 점진적으로 상승함에 따른 원가비율의 상승


우리가 많이 보는, 그리고 사고 싶어하는 몇 종류의 위스키를 제외한다면, 실질적으로 인기가 없는 위스키의 경우에는 출고가 변동이 없거나 환율 인상분 정도만의 가격 상승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소비구간이 10만원 이하의 위스키보다는 20만원 이하의 위스키가 주류가 되면서 주류시장의 평균가격이 두배 상승하는 효과 때문에 체감 가격은 훨씬 올라갔습니다.

전체적으로 시장을 조망해보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위스키 가격 구조는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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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위스키의 성장 - 2013년을 본격적인 대중화로 보고 있지만, 그 시발점은 2000년대초반의 야마자키와 히비키의 대두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WTO가입 (2001년)으로 시작된 전세계적인 공산품의 가격 하락과, 그 차이에서 오는 선진국들의 부의 증가가 고급위스키 시장을 점진적으로 주도하였습니다.


-2000년대에는 맥캘란이 울트라하이엔드 라인업인 ‘맥캘란 파인앤 레어 시리즈’를 런칭하며 고급 위스키 시장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2006년에 파인앤레어 1926 (60년) 이 한국에서 7천만원에 판매됨 (영국 경매가격 21000파운드)


-또한 2000년대 들어서 싱글몰트의 수요가 폭발하면서 2010년에 들어서는 12년급 싱글몰트 위스키의 가격이 12년급 유명브랜드 블렌디드 위스키 가격을 넘어섰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1990년대에는 싱글몰트위스키의 가격이 블렌디드 위스키보다 저렴했다는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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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몰트가 무대의 주인공으로 올라선 2010년대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모습들이 등장합니다.

2010년대에 이미 자산가들의 수집 및 투자목록에 위스키가 포함되었으며, 이는 본햄스나 소더비 경매에서 위스키들이 출품되고 역대 최고가를 갱신하며 보여줍니다. 이에 발맞추어, 2010년 ~ 2020년에는 하이엔드 위스키 가격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2010년 중반부터는 일본 위스키의 부족 현상으로 인한 대규모 가격 인상이 있었죠.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10년에 600만파운드 후반대였던 에드링턴의 매출이 2020년이 되면서 천만파운드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브랜드 프리미엄화의 성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만나는 많은 위스키들, 즉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위스키들은 우리의 벌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졌습니다. 싱글몰트 중에서도 일부는 여전히 그렇습니다. 다만, 몇 가지 요인 때문에 우리가 만나는 위스키들은 과거보다 훨씬 비싸게 살 수밖에 없죠. 우리가 사랑하는 싱글 몰트 위스키의 프리미엄화, 가성비였던 재패니즈 위스키의 빠른 하입, 그리고 우리 자신도 '이미 유명해서 하입이 낀' 위스키를 찾아 마시니까요. 


그래서 때로는, 인기가 없는, 인지도가 없는 위스키들을 찾아 마셔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일단 가격도 합리적이고, 그런 위스키들을 마셔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공부가 되는데다가, 무엇보다 좋은 위스키를 찾았을 때의 쾌감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사실 그래서 독립병입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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