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열창 너머로 가지런히 사진기 렌즈들이 놓여있고, 유리창엔 그 앞을 망연히 기웃거리고 있는 그녀와 내 모습이 비친다.
객쩍게 서있는 우리 사이에 감도는 정적을 먼저 깬 것은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세요'라는 문구를 읽고 영원함이란 뭘까 궁금하다던 그 이의 말이었다.
'아득히 멀고 긴 시간'이라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는 그 이를 두고, 나는 어릴 적 책에서 읽었던 영겁(永劫)이라는 단위를 기억을 더듬어 가며 설명했다.
'천 년에 한 번 날아와서 울고 가는 새가 있대. 그 새의 눈물이 큰 바위에 한 방울씩 떨어져서, 그걸로 마침내 바위에 구멍이 뚫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1겁(劫)이라고 한대.'
이어서 나는, 1겁이 무수히 모여 영겁이 되고, 그조차 찰나로 느껴지는 시간이 바로 영원이라고 말해주려고 했으나, 그 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새는 왜 울었대?'
앞으로 남았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생에, 어쩌면 내가 너를 깊이 사랑할지도 모르겠다고 느낀 찰나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