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식물과 꽃 이름은 잘 모른다고 하니까, 능소화며 영산홍이며 혹은 금계국에 대해서 설명해 주던 사람이 있었다.
그 꽃들이 무엇인지 내게 일러주었다기보다, 그냥 당신이 걸으면서 그것들의 이름을 한 번씩 불러주는 일 같기도 했다.
봄 여름 시골길에선 산들걸음을 걸으며 이 꽃과 저 꽃의 이름을 읊는 모습이 신기하여서, 나는 때때로 당신에게 야생화들을 가리키며 이건 뭐고, 저건 뭔지 묻기도 했다. 조금 아리송한 아이들을 물어보면, 꽃잎에 렌즈를 바짝 들이밀고 사진을 찍어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가 알려주는 일도 잦았다.
한 번은 꽃 가게 앞을 지나다가 잎이 동그랗고 부드러워 보이는 아이를 보고 나는 이런 꽃이 예쁘다고 하니까, 당신은 제비꽃이나 조팝나무 꽃같이 작게 핀 아이들도 좋다고 했다. 어려서는 꽃 가게 주인과 연애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더니, 당신이 희게 웃었다.
글썽하게 핀 봄꽃 사이로도 가물거리는 웃음이 있었다. 왈칵 울고 깨어났을 땐 이미 곁에 없는 미소였다.
남모르게 작게 피어있던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