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제천으로 가자고 했고 제천에 가면 냇가에서 놀자는 말을 건넸다. 불과 며칠 전 여름 물놀이 때 벌겋게 익은 팔이 채 낫기도 전이지만 나는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내의 자라 바위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 헤엄을 치겠다는 두 사내들의 시커먼 팔이 망상과 함께 허공에서 허우적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백운면의 박달을 지나면 작은 분교가 나오고, 그 앞에는 살 없는 대문이 있고, 낮은 돌계단이 있고, 한쪽에 광이 있고, 화장실엔 고무다라이가 있고, 아직 돌아가신 할머니 냄새가 남아있는 집이 있다. 나는 내 애인들의 손을 서둘러 이끌고 들어가 방에 따순 자리를 찾아 외로 누웠다.
옆집 개에게 물려 할머니에게 업혀 병원으로 간 소년의 이야기나, 폭우에 자라 바위 앞에서 건넛집 아저씨들이 둘이나 죽기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저녁이 되어선 이곳의 밥집들은 언제 열고 언제 닫는지 시간이 대중없다는 말을 하고, 오래 술을 마시기도 했다. 밤에는 마당으로 가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서울에선 볼 수 없는 무수한 별이었다.
그러다 보니 새삼 팔월이었다. 저 먼 팔월엔 있었던 사랑이 잊히기도 했으니, 그러므로 잊혔던 사랑이 다시 떠오르기도 하고 그렇다. 그래도 제천 그곳에 풋여문 손길이 있고, 이제 푹 아프진 않은 내가 있고. 흐린데선 볼 수 없는 무수한 별이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