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없어 미안해 Saltimbocca

처음 해보는 거라, 시간이 촉박해서, 먹느라 바빠서 사진을 못 찍었구나

by Chun SungBuhm

Saltimbocca(살팀보카)는 스위스 남부와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지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음식으로 외우기 힘든 살팀보카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jump in the mouth"라는 의미라고 한다. 며칠 후에 연말을 맞아 20명 이상의 사람이 모여 와인 파티를 할 텐데, 뭔가 고기로 된 메뉴가 너무 적은 것 같아 좋은 게 없을까 여기저기 레시피북을 뒤적이다가 찾아낸 녀석이다. 원래는 송아지 고기에 프로슈토와 세이지(또는 바질 등)를 올리거나 아니면 프로슈토로 송아지 고기를 묶어서 팬에서 굽는 요리이다. 그런데 마침 찾아낸 레시피가 송아지보다 구하기도 쉽고 한국 사람들에게 더 익숙하기도 한 닭고기로 하는 것이길래 괜찮겠다 싶어 미리 한 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필요한 재료는 그리 많지 않다.

닭 가슴살, 세이지 다진 것, 세이지 잎, 프로슈토가 주 재료.

그 외에 밀가루, 올리브유, 화이트와인 (또는 베르무트), 레몬즙, 버터, 파슬리가 필요하다.


장을 보면서 닭 가슴살 말고 다리살 발라 놓은 것을 써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어서 가슴살과 다리살을 둘 다 사 보았다. 레시피에서는 프로슈토를 살 때 좀 두꺼운 것을 사라고 했지만 한국에 그런 게 어디 있어. 흔히 파는 야들야들하고 기름에 절어 있지 않은 것으로 골랐다.

다음은 세이지인데.... 마트에도 고급 슈퍼에도 희안하게 세이지가 없다. 별 희안한 것들이 다 있는데 유독 세이지만 풀도 없고, 가루도 없고. 할 수 없이 말린 가루 마조램(majoram)과 월계수 잎 말린 것을 대용품으로 샀다. 파슬리도 이왕 신선한 것이었으면 좋겠기에 한 봉투 집어 들었다.


이 요리는 위에서 잠깐 말한 대로 닭고기 위에 프로슈토와 세이지를 얹어 구워 내는 요리로, 그 외에는 소스만 만들어 끼얹으면 돼서 비교적 쉽다. 다만 우리는 신선한 세이지가 없기 때문에 세이지 잎을 통째로 얹는 과정은 없이 할 것이다.

1. 닭고기를 수평으로 절반 자른다. 보통 닭가슴살은 두께가 2cm 이상 될 텐데, 우리가 필요한 건 한 장의 두께가 훨씬 얇은 고기. 그래서 두께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수평으로 반을 가른다.

2. 두께를 반으로 줄인 닭고기를 고기 망치로 두들겨 편다. 두께가 6~7mm가 될 때까지 신나게 두드려 주자. 쾅쾅쾅쾅 가장 시끄럽고 힘쓰는 과정.

3. 넓고 얕은 접시에 밀가루 반 컵에 후추 티스푼 하나 정도의 비율로 섞어 준다. 여기에 잘 펴준 닭고기를 가져와서 앞면 뒷면에 골고루 발라주자. 너무 많이 묻은 것 같으면 살짝 털어내도 된다.

4. 밀가루와 후추를 뒤집어 쓴 닭고기 윗면에 세이지 다진 것을 살짝 뿌려 준다. (오늘은 없어서 마조램 가루를 슬슬 뿌려줌) 그리고 그 위에 프로슈토를 한 장 올리고 잘 합쳐지도록 살짝 눌러 준다.

5. 팬에 올리브유 두 큰술을 두르고 중불에서 달궈 준다. 일단 다지지 않은 세이지 잎을 요 기름에서 색이 변할 때까지 (15~20초) 조리해야 하는데 오늘은 세이지가 없으므로 대신 월계수 잎을 넣었다. 원래 세이지 잎은 다 됐으면 옆에 따로 빼놔야 하지만 오늘의 월계수잎은 단순이 향만 내려는 의도였으므로 빼내지 않고 계속 팬에 두었다.

6. 프로슈토 있는 면이 아래로 가게 해서 닭고기를 팬에 올린다. 3분 가량 구운 후 뒤집어 2분을 더 구워 준다. 물론 고기가 안 익었으면 익을 때까지. 다 된 것은 열을 보존하기 위해 다른 접시에 옮기고 쿠킹호일로 덮어 준다. 아직 남은 닭고기가 있으면 팬의 기름을 따라 버리고 다시 올리브유 두 큰술을 두른 다음 닭고기를 굽는다. 의외로 프로슈토가 안 떨어지고 잘 붙어있네... 하다 보면 이제 닭고기는 끝이다.

7. 마지막으로 소스. 팬에서 기름을 따라내고 화이트 와인 (또는 베르무트) 1컵 정도 끓이기 시작한다. 1/3 정도로 졸아들 때까지 계속 가열한다. 5~7분 정도 걸린다. 그 후 레몬 쥬스를 티스푼 두 개 정도 더해주고 불을 약불로 내려 버터 네 큰술을 한 숟가락 분량씩 차례대로 녹여 준다. 다 녹였으면 불 끄고 파슬리 잎을 한 큰술 정도 섞어 준다.

8. 이제 닭고기를 가져다가 위에 소스를 붓고, 혹시 아까 세이지 잎 따로 조리해서 빼놓은 게 있으면 그걸 얹어서 나가면 된다.

*위의 모든 분량은 닭고기 8개 분량을 조리할 때 기준이다.


먹어 보니 의외로(?) 맛있다. 간이 안 돼 있어서 걱정했는데 프로슈토가 조리되면서 짠 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같이 먹으면 간이 완벽하다. 나파 밸리의 샤르도네랑 같이 마셨는데 맛이 풍부하고 크리미한 느낌의 와인과도 잘 어울렸다. 닭고기만 먹으면 배고플 것 같아서 파스타도 하나 했다. 바질 페스토로 만드는 제노베제 파스타. 이것도 나파 밸리 샤르도네랑 잘 어울렸는데 결론적으로는 아무 것도 사진이 없다...


살팀보카는 처음 만들어 보는데 일단 그리 어렵지 않고 걸리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소스는 닭고기에 끼얹어 놓지 말고 먹는 타이밍에 소스를 뿌릴 수 있도록 옆에 따로 비치해 둔다면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 요거 파티 음식으로는 딱이다.


소스와 요리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는 닭가슴살이 좋지만 약간 퍽퍽하고. 다리살은 더 야들야들하고 맛이 좋은데 이건 그냥 닭고기가 맛있는 거지 딱히 살팀보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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