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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Nov 04. 2019

세상의 아버지는 딸 바보

자식 사랑이란 내리사랑이란 게 어느 부모라도 해당하는 사실이기에 우리 부모들은 본능으로 내리사랑을 받이 들이며 살아갈 것이다.
 
올해 초, 적은 애가 송도에 있는 박문여자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큰애가 연구소에서 차로 3분 거리인 인천대학교에 입학을 할 때 아버지로서의 희망이랄까 인생에 봄이 왔다고 기뻐했었다.
 
연속극을 보면 딸이란 아버지가 지키주는 귀한 존재이고 특별히 엄마와 다른 부녀 지간의 끈끈한 유대감 있어 각별한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관계로 아주 감성적인 소재 그려 주고 있다. 나도 예외 없이 그러하다.




 출근지가 세명 모두 다 송도에다 거리가 가까워 가족 카풀이 자연 성사되는 거고 귀찮지만 기꺼이 나는 김기사 노릇을 할터이지만 딸 둘을 태우고 다닌다는 내리사랑의 뿌듯함과 아침마다 세상 사는 이야기로 소통과 아버지와 딸들의 오붓한 시간을 생각하면 세상 둘도 없는 행복한 시간이 될 거라고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상상만 해봐도 얼마나 멋있는 그림인지 어쩌면 모든 부모들이 누구나 한 번쯤 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데 이 꿈에서 깨어나는 데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김기사는 김기사 일뿐 이라는 걸 아는데 말이다. 김기사란 차를 운전해 손님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이동시켜주는 사람이다.
게네들은 또한 절대 앞자리 탑승은 없다. 이거 진짜 서운하다. 세상의 아들, 딸들아 앞자리 좀 타라. 운짱 부모들도 자존심이 있다 말이다.
 
큰애는 차를 타면 자동으로 잔다. 젊음에 오죽 잠이 부족하라 이해는 한다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머리는 창에 기대어 곤히 잔다. 너무하다. 대화란 우리에겐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고, 내릴 때 깨우면 단 한마디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내리면 속수무책 익숙하게 차를 돌려 출근을 재촉할 뿐이다. 나는 대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적 은애는 타자마자 자동으로 이어폰을 귀에 꼽고는 얼굴은 영혼이 없는 모습으로 오직 정면만 응시할 뿐 그 이후 어떤 움직임도 대화도 용납하지 않는다. 김기사의 설움에 말을 걸고 싶어 이어폰을 끼고 있어 안 들릴까 봐 큰 목소리로 용기 내어 불러 보면 돌아오는 소리가 아빠랑 얘기 하면 스트레스받는 다고 말 걸지 말란다. 물론 말을 거는 이유가 뻔한 게 공부 좀 하란 소리 일 거란 것을 예측하는 모양이다. 애는 내릴 때 인사말도 없이 그냥 조용히만 사라진다.




 
신기루 같은 꿈을 이루어질 거란 희망을 가지고 시작한 김기사 노릇을 한지 벌써 일 년이 되어 가는데 아직 어떤 개선의 여지는 없고 다만 용돈이 필요할 때, 용돈을 줄 때만이 영혼이 잠시 돌아오고, 잠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너네들, 아직 몇 년 더 김기사 노릇을 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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