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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Nov 06. 2019

나의 새로운 이름은 "무신"이고, 성은 "고"가 입니다

우스운 컴플렉스 극복기

대부분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컴플렉스 한두 가지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다. 신체일 수도 있고 이름일 수도 있고 또한 말을 하는 태도, 발음 등 아마 넓은 범위에 각자의 사연들도 가지각색일 것이라 생각해 본다. “김춘식”이 나의 이름이다. 구시대라고 할 수 있는 86학번에서 조차 이 이름이라면 세련되지 않은, 향토색이 묻어 있는 느낌이 난다고 스스로 느낀다면 가히 컴플렉스라고 할 수 있겠다 싶다.



그동안의 이름에 대한 옛날의 기억을 들춰보면 공중전화기 옆에 비치되어 있던 전화번호부에 “김춘식”을 찾아보면 5-6장 이상 눈이 아플 정도로 뻭뻭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아마도 나의 전화번호를 찾는 사람은 심히 좌절을 했을 것이다. 국민학교 국어책에 실린 단편소설(요람기)에서 춘돌이가 동네 애들을 불러 놓고 콩을 구워 먹을 때 혼자 많이 먹으려고 자기는 “냠냠”하고 먹을 테니 애들에게는 “범버꾸범버꾸”라고 소리를 내게 하는 대목에서는 단지 “춘식”과 “춘돌”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교실 내 웃음을 유발하였고 밖에서는 간간히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었다. 비록 춘돌뿐이 아니었다. “춘심”도 있고.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0년 초부터 인터넷 사진 동호회 활동 시작하면서 컴플렉스가 있는 지금 이름으로는 존재를 들어내기가 어렵겠다 싶었고 또한 다행스럽게도 동호회를 비롯하여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이름보다는 인터넷 이름(닉네임)을 사용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는데 그때 이게 웬 떡이냐 싶어 가명을 “바다 bada”라고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으로 “순천디카, Rolleiflex club, slrclub, 니콘클럽, 포클, 암실 등”에 활동할 때였고 개인 블로그도 “bada”를 활용을 함으로써 지금도 나와 친분을 가지고 계시는 분은 “바다님”으로 기억을 고맙게도 해주신다.

그렇게 “ 바다”라는 닉네임은 “김춘식”에 대한 컴플렉스는 일부 해소를 해주었지만 “바다”라는 게 아이돌 그룹 핑클의 “바다”의 출현과 더불어 나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에 가진 대중들의 실망감을 줌에 따라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되고 또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젊은 사람들이 “바다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니 닭살 돋음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소주, 맥주와 더불어 고량주까지 두루 섭렵하며, 세상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 자찬하는 절친 Y군, Y양과 더불어 그날도 세 명이 얼큰한 안주를 곁들여 소주한병, 세상 이야기에 취해 분위기가 급상승할 즈음에 갑자기(진짜 갑자기) Y군이 영혼 없이 내 얼굴을 유심히 요리조리 쳐다보더니 “검정고무신”이라고 기습적으로 공포해 버린다. 진짜 즉흥적으로 생각난 것일 텐데도 그 옆에 있던 Y양이 격하게 동의를 하고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지고 말았다. 그런데 한번 유쾌하게 웃고 마는 저녁자리의 흔한 이야기로 마무리되리라 생각했던 “고무신” 파장이 멀리 퍼질지는 전혀 상상을 하지 못했다. “고무신“이란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에서 ”검정“을 뻰 것으로 Y군이 등장인물 중에 기철 이와 내가 너무 유사하여 급히 생각이 떠올랐다 하였다. 기철이가 나보다 못생겨 예리하게 들춰낸 Y군과 Y양의 재치를 탓하기도 했지만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69년에다 내용도 나름 좋아 시간이 지날수록 친근감이 더 하였다. 아예 Y군과 Y양은 이제 노골적으로(?) 예의를 차린다 싶으면 ”고무신“이라 정중히 부르고 급하면 ”무신아 “라고 자연스레 소리 높여 부른다. “무신”이 “검정고무신의 고무신”에서 왔다고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설명하면 진짜 기철이와 닮았다고 호응해주시는 분들이 점점 증가하고, 유쾌하게 좋은 이름이라 불러 주심에 따라 이제 “김춘식”의 컴플렉스를 극복하고 핑클의 “바다”를 넘음으로써 위대한 “(고)무신”의 시대를 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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