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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Nov 12. 2019

직장이야기 1

팀원들이 수상하다

회사가 주는 느낌대로 매우 보수적인 것에 더하여 독재에 비견되었던 H사를 다닐 때를 돌이켜 보면 휴가를 신청하고 쉰다는 것은 상사에 대한 반란에 가까울 정도로 눈치, 코치를 다 보아야 했기에 휴가를 위해서는 일가친척의 경조사를 비롯하여 몸살 등 아픈 곳을 많이 만들어야 했다.

연말이 되어 휴가를 모두 소진하지 못한다면 부서마다 소진율 배당이 있음으로 12월 마지막 주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괄 휴가 신청을 하고는 출근해 자리를 지키는 진풍경은 예사로운 것이었다. 나는 눈치가 없었던지 아니면 눈치가 백 단이었던지 또 아니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던지 어려운 시대에도 요령껏 사용했고, 남들이 연말에 미사용 휴가의 보상으로 짭짤하게 돈으로 받아 챙겨도 결코 부러워하지는 않았다.




세월이 흘러 자연스레 직책이 높아짐에 따라 나보다 젊은 직원들과 같이 일하게 되는 데, 그들이 발령받아 우리팀에 올 때마다 매번 첫 대면에서 그들에게 세 가지를  당부한다.


"출근은 가급적이면 미루고 미뤄서 늦게 해라"
"여섯 시에 칼 퇴근해라"
"휴가는 눈치 보지 말고, 나에게 말하지도 말고 가라"


이유는 사원, 대리 시절 모지리도 싫어했던 일들의 연결 고리를 나부터라도 끊고 싶어서 였다.




그런데 우리 팀원들은 이상하다.

C, L 직원과는 종종 심상치 않게 큰 언쟁을 한다. 언쟁의 이유는 출근시 확인한 결재문서의 기안 시간이 늦은 밤이라 "야근 하지 말라"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불구하고 야근을 한 이유를 추궁하는 것이고 그들의 변명은 어떻게 일을 남겨 두고 퇴근할 수 있냐고 추궁에 반발을 하는 것이다. 시급한 일이 아니라면 오늘 일을 다음날로 미루던지 아니면 내가 대신할 수 있는 일거리는 내가 처리하여 업무를 줄여 주겠다는 것이다. 팽팽한 줄다리기는 결국 시급한 일 외에는 야근을 하지 않는 것으로 협의되어 잠시 언쟁이 일단락되었지만 매번 협의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 팀의 휴가 사용율도 내가 제일 높다. 아무리 휴가를 사용하라 닦달하고, 연말 고가에 반영한다 공언해도 안 간다. 휴가라는 게 직책이 높은 사람이 사용하게 되면 아래 직책인 사람의 소진율은 자연스레 증가하는 게 특징인 것을 오랜 직장 생활의 경험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예외적인 신기할 일은 뭘까?

업무량은 자리를 며칠 못 비울 정도가 아니란 걸 잘 알기에,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옆 동료나 상사가 일시적으로 대체해주면 됨으로 단기간의 부재로 인한 불편함 정도야 상부상조의 마음으로 서로 감수하면 될일 아닌가?


그 들이 쉬지 않는것이 각자 주어진 업무에 책임감이 투철하여 일 욕심이 많은 것인지, 소심한 복수를 의식해 아직 허튼 투로 내 말을 듣는 것인지 꿍꿍히 속을 알 수는 없다.




일과 삶(워라벨)이 균형 있게 공존한다는 것은 일과 삶을 분리하여, 근무시간에는 최선을 다해 일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일외의 시간은 저녁 있는 삶을 비롯한 여행과 취미 활동을 추구하는 것의 의미일 것임으로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잘 쉬어야 하는데 말이다.


참말 수상하다. 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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