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감시

하루에 수십번 CCTV에 찍힌다는데

by 바다 김춘식

무섭다.

나른한 오후, 업무는 어는 정도 마무리된 시간이었다. 느닷없이 인사팀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어느 회사 건 인사팀에서 오는 메일은 두 가지가 대부분이다. “해라”“하지 마라”

전 주, 주 40시간 근무 시간이 모자라 휴가에서 까야한다는 공지와 주 40시간을 지키라는 경고성 메일이었다. 깜짝 놀라 전 주의 일정을 하나둘 기억해 내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전날 점심, 저녁 뭘 먹었고, 전날 무얼 입었는지 기억이 안 나듯 가물가물하다. 부랴부랴 근태 기록을 조회해보니 출장 3일에 월요일 출근 기록이 없다.


출근은 한 것 같은데 기록과 기억이 없으니 당황스럽고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평생직장을 다니면서 지각이란 사망과 동급이었는데 근태불량이라니. 매년 연말에 남고 남은 것이 휴가이니 휴가에서 까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고 근태불량에 대한 명예가 문제였다.

소명 자료를 찾아 바로 잡아야 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생각을 하고 자료를 찾기 시작하자마자 이건 완전 깜놀에 대박이다. 나의 흔적 찾기가 너무 쉬워 소름이 돋는다. 평소에 그냥 지나쳤던 개인정보가 술술 매체에 저장되고 있었던 것이다. 관리, 보안이라는 명목 하에 시스템이 상상외로 거미줄처럼 작동하고 있어 빠져 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이었다.

진짜 몰랐다. 덜컥 겁까지 났다. 머리칼이 곤두설 지경이다.

당일 08:45 45초에 차량이 입구 2를 통과한 기록이 사진과 함께 저장되었고, 사내 전산망 첫 접속이 09:07분 20초에 있었고 첫 이메일 발송 기록이 0945분에 있었다. 차량 운전이야 "그 차 운전을 당신이 했는지 어찌 증명합니까?" 하면 그만이고 내부 전산망이야 비번 누출되었다 "당신 아니라고 로그인할 수 있지 않소"하면 자신 증빙이 안 되는 것인데 결정적으로 작은 연구소에 300개가 넘는 CCTV가 나의 동선을 명확하게 확인해 주고 있었다. 촘촘하게 설치된 카메라수에 놀랐다.


내차가 맞다.

IT 강국답게 코로나 19가 전파되자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를 할 수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될 것이고, 이제는 QR 코드까지 활용하여 동선을 파악한다니 대단한 나라인 것을 틀림이 없다. 도로공사 하이패스, 주차장마다 카드 전용 결재, 버스카드, 휴대폰 GPS 위치 정보 들은 국가의 관리적인 측면에서는 이 보다 좋을 수 없겠지만 개인정보의 디지털 기록의 저장이 막상 필요하여 뒤져 보니 어마 무시하게 무섭다는 것이다. 진정 이거 666이다.

소명자료의 확실성에 인사팀에서 출입기록 수정한다는 통보를 받았고, 출근 기록이 없었던 것은 단순 출입 보안카드의 에러로 판명되어 명예 회복은 되었지만 놀라운 세상에 흠짓 하게 되고 본인에게 동의되지 않은 정보들이 관리의 편리성에 당사자들은 언제든지 자승자박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가져본다.

깜깜이 개인정보 수집, 그냥 착하게만 살고 무시해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