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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Jun 30. 2020

코는 "만다꼬?"

위기의 중년 외모

큰딸은 울산 방어진에서 태어났다. 아마 기억이 맞다면 병원 이름은 서울 산부인과이고 태어난 시간은 늦은 오후였다. 일반의 집에서 출산의 기억이란 보통 체중, 산통, 성별, 미역국 등일 테지만 우리 집은 좀 웃픈 기억이 있다.


그 날 8월 27일도 근무 중 출산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갔더니 딸이라 했다. 다행스럽게 자연분만으로 이쁘고 건강하게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저녁에 딸의 삼촌이 득녀 축하 사절단으로 긴급 방문해 막 태어난 애를 보더니 망설임 없이 "그 아부지에 그 딸이네,  바뀔 수가 없어 "라는 말을 하며 막 웃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원인의 제공한 것은 나와 붕어빵 코 모양이었다.


그러하다. 이 넘의 코는 이름과 함께 나의 2대 콤플렉스 중의 하나이다. 남들은 뼈가 206개라 하는데 205개 인지 코끝에 뼈가 없어 납작한 구조로 되어 인물을 안 돋보이게 한다. 신이 버린 모양새이다. 그토록 싫어 유전을 피했음 했던 DNA가 딸에게로 전달되었으니 남들은 웃을 일이었지만 실망한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딸은 자라면서 나처럼 심하게 납작하지 않아 별소릴, 원망이 없다는 게 다행이었다. 딸이 모르게 준비는 해놓았다. 비용.




Y군과의 술자리엔 은근 약방의 감초처럼 화젯거리가 있다. 매번 듣기 싫다 흘겨도 내 의사를 개무시하며 아랑곳없이 "못생겼다"란 말로 연신 약 올라하게 한다. 그런데 더 약 오르는 것은 "못생겼지만 똑똑하여 말이 통해 술을 같이 마셔준다"는 말로 뒷수습을 한다. 우리는 "멍청하지만 잘 생겼다"가 더 좋다 해도 뜻을 굽힐 생각이 없는 미운 Y 군이다. 제발 쫌 연예인 가수 조*남 닮았다는 말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데 말이다.


Y군은 못 생긴 얼굴을 극복하는 대안을 오래전부터 제시하여 왔다. 못 생겼지만 웃는 모양은 입꼬리가 이쁘게 올라가 나름 귀엽게 보임으로 찡그린 얼굴보다는 미소 띤 얼굴이 경쟁력이 있다 하여 웃음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또한 Y군은 봉우리가 없는 코를 손가락으로 괘는 습관을 찾아내고 집요하게 그렇지 않게 요구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 만난 Y군이 최후통첩이란 카드를 가져왔다. 코를 세우고 눈썹을 올려야 한단다. 그리하면 중년 인생에 꽃길만을 걷을 수 있다며 우스개 말로 여자 친구를 만들어 준다 한다.


잠깐 중년의 마음이 솔깃하며 희망을 본 듯한 느낌은 무엇일까? 돈이 생기면 코는 해주겠다는 Y군이의 말에 급 해볼까 하는 충동이 생긴다. 솔직 혹 했다. 이 참에 더 나이 들기 전 콤플렉스로 살 것 없이 젊어져 보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란 생각에 깊은 내면의 콤플렉스 해소에 대한 갈망 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코로나로 오랫동안 사무실이 3분 거리에 있음에도 점심을 같이 하지 못했던 J군과 오랜만 왕돈가스집에서 함께하고 공원 산책을 했다. 이 녀석은 선천적으로 이마에 주름이 너 다섯 줄 선명해 액면은 나이 많이 들어 보이는 녀석이다. 코 애기를 꺼내고 수술할까 했더니 망설임 없이 펄쩍 뛰면서 한다는 말이 "만다꼬?". 즉시 내가 말을 받아친다. "니 이마 주름 우짤낀데?". "이 나이에 그냥 살지 만다꼬?".  허탈해 웃으며 꼬리를 내렸지만 내내 영 마음이 마땅치 않다.


눈꼬리와 눈썹이 하루가 다르게 처지면서 얼굴 형세에 날카로움이 점점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으니 상심이 이만저만 아니다. 위기의 중년 속마음은 솔직 J군은 내 마음 몰라줘 섭섭하고, Y군은 왠지 믿음이 간다는 것이다.  해?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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