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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Jul 14. 2020

최소한의 인간관계

Minimal Human relations

최소한을 물건을 소유하며 살아가는 분들을 보면 부럽다. 집이 텅텅 비어 있는 공간을 보노라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한다. 아무리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달달 외운다 하더라도 없으면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테고 그다음이 물건을 물건으로 보지 아니하고 옛 추억으로 보아 차마 연결고리를 놓지 못하는 경우이다. 더하여 나 같은 경우는 워낙 옛것 아날로그를 좋아해 이것저것 모아 모아 축적해두는 것이 무소유를 하지 못하는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소한의 소유(Minimal Life)를 한다는 것은 가진 것의 정리가 아니고 있는 것을 버리고 버리고 버리는 것이 가장 기본일 것이고 버린 다음 사사로이 새로이 들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집안을 쭈욱 탐지해보면 1년 이상 입지 않은 옷가지들, 읽지 않으면서 전시되어 있는 책들, 이리저리 서랍마다 짱 박혀 있는 사진 소모품들, 전기제품을 구입할 때마다 딸려오는 충전 선들, 가방들, 모자들. 버리긴 아깝고, 두자니 수납공간 차지에 정신이 사나워 지기 마련이다. 계륵 같은 존재들이지만 선택은 여전히 일 년에 한 번 사용할 것 같은 가능성에 집착을 하기 마련이다.


우리 모두가 최소한의 소유하는 생활을 할 수는 없다. 소비를 하지 않는 다면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경제가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지나쳐 넘치거나 모자란 것은 아니한 것보다 못하지만 조금 덜 가지고 들어 내는 생활이 필요 한 시대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주변을 이리저리 아무리 돌아봐도 경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대부분 최소한의 소유는 고사하고 중간을 소유하는 Middle Life도 힘이 드니 말이다.

 



퇴근 무렵 Y군에게 전화가 왔다. 사회에서 꽤 활동적인 그는 최근 집 매매에 따른 이사, 코로나 19 그리고 장마로 인해 잠깐 외부 활동을 쉬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했다. 소속 단체마다 늘 앞장서서 리더의 역할을 책임감 가지고 소신껏 해왔던 터라 내려놓은 게 많은 지금, 내심 마음이 쓰이고 걱정이 되어 위로한답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Y군은 생각대로 언제나 그러하듯이 기복없이 씩씩하게 대화를 이어간다. 핵심은 이랬다. 어쨌든 지나버린 일보다 현재, 미래가 중요하기에 지나버린 과거는 쉬이 잊고 산다.  지금도 나쁠 게 없음으로 현재에 집중한다 했다. 그리고는 언듯 지나가는 말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번 기회에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인간관계? 이게 뭐람? "최소한이 소유"는 들어 보았어도 인관관계의 최소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던 터였다. 머리가 콩 튀었다. 이거다 싶었다. 그래서 Minimal Life에 견주어 영어로 언듯 만들어 보았다. Minimal human relations.


인맥. 많으면 좋다. 자산이라기도 한다. 예부터 지금까지 휴대폰 입력 전화번호의 수가 많음이 자랑이고, 그 수만큼 사회적 활동에 요긴하게 써먹을 기회가 있기 마련 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인맥이 적지 않다 자부하는 내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분들은 과연 모두 나를 자산으로 여길 수 있을까? 필요에 의해서, 필요할 것 같아서 버리지 못하고 막연히 만남을 이어가고 있지는 않을까? 만약 이해관계라도 없어지면 사라질 분들은 아닐까?  


인간관계에 있어서 양과 질을 논 한다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지만 최소한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면 양에서 질로의 변환의 시점을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참다운 친구 5명이 있다면 성공한 삶"이라 한 것은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척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든다.


최소한을 소유한다는 것에서는 물질과 인관관계는 많이 닮아 있지만 사람들과의 관계는 물질처럼 하루아침에 상점에서 구입할 수도, 무 자르듯 싹둑 자를 수도, 잘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소수의 인연을 찾아 신뢰를 쌓아 가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한 길 마음속에 담아 두는 것이 열길 전화기 속에 전화번호를 남기는 것보다 세상 살아가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면 Y군은 세상 참 편하게 잘 산다.


최소한을 소유하는 생활(Minimal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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