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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Aug 13. 2020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것보다 밥을 먹어야겠다

내가 먼저다.

"이종범은 밥 안 먹어도 배부르겠다."  전 야구선수 바람의 아들이라 불린 이종범의 아들, 바람의 손자 이정후 이야기이다. 프로야구의 전설인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가 아버지가 밟아온 전설의 길을 차곡차곡 걸어가고 있음에 수많은 댓글러들이 부러움에 찬사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부모들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문) 아들이 잘 되는 게 좋나요? 내가 잘 되는 게 좋은 가요?

답) 아들, 부모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그런데 과연 아들, 자식의 성공이 부모가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러야 할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못 뗀 사람인지 두 애들을 방목에 가깝게 키웠다. 학원 가기 싫다 하면 바로 끊었고, 고삼 때 같이 고난을 동참하는 게 부모들의 의무(죄책감에 의한 의무도 있다.)로 보였지만 나는 애들이 고삼이라 해서 하고자 하는 일과 행동에 결코 지장을 받은 적이 없다.


그렇다고 기본적인 부모의 도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극성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하는 기준을 100으로 수치화한다면 75 이하의 지표로 표현하면 될 듯하다. 자녀에게 모든 인생을 거는 100 짜리의 부모들은 75의 지표가 정상이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할 수 있겠다.


애들 어릴 때부터 너희들의 인생은 너희들 것이니 알아서 해라는 교육을 해왔음에도 지금 두 애들은 좋은 학교는 아니지만 성실하게 잘 다니고 있고 주말에 알바도 하면서 생활도 곧잘 하고 있다. 나은 미래를 생각하고 욕심을 부린다면 당장 걱정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잘 자라 주었다 평가해 본다.


자녀가 없거나 한 두 명이다 보니까 이해는 가지만 점점 신으로 어긋나게 대접하고, 무리수를 두고 "딸바보, 아들 바보"로 살아가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가끔 생각해보기도 한다. 사실 부모치고 "딸바보, 아들바보" 아닌 사람이 있을까 하는데 티브 프로그램에서는 매번 세상을 바보 천지 삐까리로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먼 친척 중에 외교관을 둔 분이 있다. 국가 일을 하고 근무지가 해외여서 할머니는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만나기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명절 때마다 잘난 아들을 둔 부모로서 남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지만 정작 본인은 행복하지 않은 삶으로 보였다.


자녀가 성공한다는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고 자랑해야 할 일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은 맞으나 나는 감히 자녀의 빛나는 성공보다 나의 성공, 나의 행복한 노후가 우선이라 생각해본다. 아직 애들이 학생이라 미래일은 모르겠지만 황혼 양육 이런 거 나의 사전에 없다. 안 할 거다. 소형 전기차(그때쯤이면 전기차가 상용화되었을 것 같다) 몰고 이리저리 정처 없이 구름처럼, 바람처럼 다녀야 하지 않겠나 싶다.


나는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것보다 밥 먹고 배가 불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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