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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Aug 11. 2020

죽음과 삶의 경계를 허물 때

아주 고약한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이번 2020/21 아라온호의 남극 항해에 참여하는 연구원, 남극기지를 지키는 월동대원 등 모두 85명은 무려 140일 여를 땅을 밟지 못하고 다시 국내항 입항까지 아라온호에서 생활을 해야 합니다. 남극에의 코로나 전파 가능성을 영(0)으로 하기 위한 극한의 조치입니다. 기나긴 장기 항해에 필요한 많은 양의 식자재와 남극기지(장보고, 세종) 보급품 선적을 고민하고 조금이라도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기발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중 식재료 보관 장소를 확보하고자 평소 냉동 연구시료를 보관하는 냉장고를 식재료 냉장고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아라온호에 수용 여부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예상외의 답을 받고 깜작 놀랐습니다. 시료 보관 냉장고에 보관된 식재료는 먹지 않을 꺼라 합니다.


왜?

2013년, 남극 대륙에 장보고기지 건설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실족사로 추정되는 사망사고가 발생하였고, 남극에서 교통편이 아라온호 외에 없었으므로 항공기가 운항되는 곳까지 아라온호를 통하여 돌아가신 분을 모실 수밖에 없었고, 그때 활용한 냉장고가 시료 냉장고였던 것이었습니다.


7년이 경과하여 나마저도 잊고 있었던 일이 거는 어찌 이것마저 들춰낼까 싶어 놀라고 놀랐습니다. 서양 외국에 출장길에서 만난 그 들의 공동묘지는 이쁘고 거의 마을 가까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부러웠습니다. 그들은 죽음도 삶의 일부이며 함께 해야 할 공존의 문제였겠지요.


공동묘지는 도깨비불이 나오고, 결혼날 받아 놓으면 장례식 가지 않고, 무덤은 삶의 공간에 되도록 멀리하는 문화는 참 부질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죽어 귀신이 되어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귀신일 텐데 말입니다. 생즉필사,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죽음이 정해진 길인데 우리의 문화는 왜 주검이 재수 없는 일로 여겨져 왔을까요.


엄청 화를 냈습니다. 당신들은 안 죽을 거냐고. 그게 말이 되냐고. 입장 바꾸면 그 들이 더 황당했을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이제 많은 분들의 생각이 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의 엄마이고 아버지, 할아버지이고 할머니인 가족이기에 우리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어 죽은 자를 재수 없어할 이유가 없이 공존해야 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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