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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Sep 08. 2020

공쳤다.

야구공도 탁구공도 아닌 공쳤다. 공쳤다고.


살다 보면 법칙은 없지만 으레 이 그래야만 하는 일이 있지 않나?

오늘이 그 날이다. 태풍이 지난 후의 석양은 붉어야 하고 구름은 형형이 떠가야 하고 공기는 맑아야 한다.


어제부터 준비했다. 메모리 카드 챙기고, 건전지(배터리) 충전하고, 삼각대를 정비하고 그리고 마지막 퍼즐인 퇴근 시간의 기대감으로 충만, 만렙이다.


그런데 공쳤다. 공친 사람이 나뿐 아니라 많다. 줄줄이 삼각대를 편 진사 아저씨들이다.


밋밋한 하늘색과 구름, 그리고 쨉 싸게 구름 속으로 사라 지는 태양. 봐주는 법도 없고 타협도 없다.


그래야만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마음이 그러하다. 세상이 늘 내 맘 같지 않는 이치다.


난간에 앉은 소녀



바람은 서늘하게 불었다. 공기는 서늘하게 차가 웠다. 하늘은 서늘하게 발 했다.


공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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