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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Oct 07. 2020

나는 인조인간 로봇이다.

이가 아파요.

윗 어금니를 뺐다. 워낙 건강하지 않은 이로 인해 평생 개고생 한 인생이라 살릴 궁리보다 먼저 아픈 통증을 하루라도 빨리 제거하고 싶은 마음뿐이라 쉬이 결정을 내렸다.


어린 시절, 충치로 썩어진 이빨에 낮마다 밤마다 찾아오는 치통의 고통은 죽을 만큼 참기 어려운 아주 고약한 기억이었다. 당해본 사람은 안다. 차라리 뻰치로 빼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만큼 강렬한 고통 임을.


"사리돈"이란 진통제 한알을 살 수 없어 더운물 찬물 번갈아 오물 거리고 수건을 물고 지옥의 고통을 참았더랬다. 지금은 흔해 빠진 치과에 갈 수없었던 것은 "사리돈" 한알 살 수 없었던 그 시대의 슬픈 가난이었다.


말로 설명이 어려운 지독한 치통은 어금니가 섞어 하나둘 부서져 뿌리까지 떨어져 나가고서야 비로소 해방의 끝장을 보았다.


지금의 이빨 x-ray 사진을 보면 가관이다. 임플란트 네 개에다 대부분 이에 신경치료받은 흔적이 있어 가히 사람이 아닌 인조인간이 되어 버렸다. 얼마 전에는 턱뼈에 자리 잡은 임플란트가 턱뼈를 녹인다 하여 다시 빼야 했는데 임플 나사가 뼈에 얼마나 강하게 붙었는지 수술 시간이 무려 35분이 걸렸고 뺀 후  2주 동안은 진통제의 힘을 빌어 눈물로 날을 보냈다. 그나마 긍정적이었던 것은 예전과 달리 진통제를 무한정 살 수 있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약을 폭풍흡입이 가능했다는 것이었다.

인조인간 로보트 고무시~~~인 ~~~ Z


아마 옛 같았음 틀림없이 틀니 합죽이 신세일 텐데 과학의 힘을 빌어 인조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게 운이 억세게 좋은 것이라 여겨지지만 아직 현역인 신경 치료한 이의 수명이 십 년을 넘기 어렵다 하니 앞으로 닥쳐올 고난이  두렵기만 하다.


이를 뺀 후 간호사 누나들이 친절하게 종이 한 장을 쥐어 주며 모세의 십계 보다 조금 적은 7곱 가지의 지켜야 지침을 정성스레 설명해준다. 그딴 거 필요 없고 임플 비용을 VVIP 특별 할인을 적용해달라니까 찔끔해준다 한다. 매우 섭섭했다. 거의 1500의 매출을 올려 주었는데 기껏 찔끔이라니.


관리를 거듭함에도 뽑을 수밖에 없었던 어금니에 돈 깨질 걱정과 상처 아물기까지의 불편함을 예상하니 열 받아 뜬금없이 하지 말라는 거 하고 싶어 졌다. 이 뽑고 알려준 일곱 가지의 지침을 어기기이다. 청개구리 심보다. 점심식사 시 반주로 맥주 한잔, 담배 한 까치 피고, 신나게 운동하고 샤워했다. 침과 피는 벴었고, 매운 걸 먹었다. 7번째는 치과에 전화해 6가지를 지키지 않으면 어찌 될지 전화해볼 생각이다. 죽으려나? 이러면 화가 풀리려나?


예부터 오복 중에 하나가 치아 건강 이랬는데 이빨이 이모양이니 복하나를 오래전 날린 셈이다. 이제 복을 하나 채우려면 대체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하는데 어찌할꼬. 오호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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