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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Oct 14. 2020

언제 밥을 먹어도 즐거운 사람

냠냠냠

L이 있다. 가끔 업무로 만나게 되는데 L은 만날수록 사람이 참 진국이다. 소주를 즐기는 L과는, 저녁은 술 거리를 곁들여 먹게 되고 점심은 아무래도 맛집을 찾아 먹게 된다.


육군, 공군은 먹지 않고 해군과 풀만 먹는 못 땐 나의 식생활 때문에 식단 선택이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L은 군말 없이 잘 따라 준다. 그리고 여태 껏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L과 함께라면 맛에 실패한 적이 없다.


그 이유가 별것 없이 재밌다. 장소, 가격 불문하고 무엇을 먹어도 L의 반응과 행동이 이쁘기 때문이다.  맛있게 먹는 모습에 더하여 연신 입에 붙은 말이 "이 맛은 이 집에서 생전 처음인데요~~~~ 쟙쨥짭" 라며 생글생글 웃는다.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 옆, 앞에 앉은 사람들도 덩달아 맛있을 수밖에 없는 풍경을 연출해준다. 가는 식당마다 최고란다. 코로나보다 전염성이 매우 강한 긍정적인 바이러스이다. 그러니 어느 식당, 음식이든 간에 동반인들의 입맛이 배가 되어 냠냠이 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어느 날은 이게 치밀하게 의도된 사회생활이 아닌가 의심도 했었다. 매번 워낙 맛나게 먹으니 한 번쯤은 그럴싸한 투정을 해었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었으니 의심받을 만한 거다.


하지만 세태에 때 묻은 빠꼼이 안목으로 본 L은 의심은 받을지언정 긍정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니는 것은 천성인 것이 틀림이 없어 보인다. 살아가는데 당연하게 해야 하지만 누구나 잘 안 되는, 범상하지 않은 강점이다.


반대의 상황과 비교하자면 간이 배밖에 나온 남자들의 밥상머리 예절 중  "맵니, 짜니, 맛없니, 반찬 없다"라고 아내에게 항의하는 거다. 그 순간 식탁의 분위기는 "갑분싸"가 되고 아들, 딸이 슬슬 엄마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그날 엄마표 식탁의 맛은 물 건너가기 일쑤다.


만날 때마다 밥 사 주고 싶은 마음이 거저 막 생긴다고 말했더니,  L은 "진짜 맛나는데 어쩝니까?"라고 시답잖게 던지는 답이 돌아왔다.


먹을 것 앞에서 한결 같이 즐거운 표정의 L은 진정 긍정의 전도자인 것 같다. 주변에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시켜줄 숙주인 사람이 있다는 건 우리 모두가 복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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