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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Oct 30. 2020

의문의 1패를 했다.

나와의 약속

참 사는 게 묘하더라. 착하게 법 없이 잘 살 사람들은 야속하게 운이 없이 살고, 얍삽한 사람들이 잘 사니 말이다.  욕먹으면 오래 사는지에 대한 논문이라 도 써야 할까 보다. 하긴 하두 욕먹고, 골골 팔십이라 하니 두 가지가 겹쳐 오래 살긴 하겠다.


스스로 착하다 자뻑(코스프레)을 한다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상식선에서 살고, 가급적 사회적으로 지킬도 리는 지키며 살아왔다. 불법이나 편법 실망시키지 않고 빠르고 편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내 편하자고, 조금 빠르자고, 돈 좀 벌자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불편을 줄 수없단 생각 때문이다. 남들에게 도움을 못 줘도 민폐는 끼치지 않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간단한 거리에서의 약속인 끼어들기 안 하기, 정지선 지키기, 양보하기 등 교통법규를 대부분 국민들처럼 꼭 지키려고 다짐을 하고 피치 못 할 일 아니면 지켜 온 편이다. 운전을 시작한 지 25년 차에 아직 단 한 번도 횡단보도에 차바퀴를 걸쳐 주차한 적이 없었다. 횡단보도와 장애인 구역에는 어떤 필요성이 발생하더라도 주차는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와의 약속이었다. 그런데 오늘 마가 꼈는지 어이없게 횡단보도 반을 끼는 주차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진짜 마가 붙었는지 모르겠다.


이발을 해야겠다 마음먹었다. 미용실 문을 닫는 시간이 7시로 6시에 칼퇴를 하면 조금 여유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회의를 거듭하다 보니 직원이 보고 자료를 봐 달라 여섯 시에 임박해 디리 밀었다. 그래서 20분 소비한 후 퇴근을 하게 되었고, 퇴근 후 줄행랑 회사 주차장으로 달려 문을 여는데 문이 묵묵부답. 왜 하필 꼭 이럴 때 애석하게도 차 열쇠를 사무실에 두고 오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시간을 소비하고는 쫓겨 다급한 마음으로 운전을 해야 했다. 원수 같이 차는 오늘따라 왜 그리 밀리는지 야속하기도 했다. 머피의 법칙이랬나?


미용실 위치가 주차공간이 부족하기로 악명 높은 곳이라 주차 지를 찾아 공원길을 한 바퀴 헤매고 난 시간은 미용실 문 닫기 10분 전이다. 위기는 기회, 때마침 눈에 들어오는 횡단보도 반 걸치는 공간이 유혹했다. 10분 전의 조급함이 더 했을 것이다. 순간 미쳤지.


주차 후 문 열고 내리자마자 반대편 다목적 차량(SUV)에 탄 연세 있어 보이는 운전자분이 횡단보도에 주차한다 항의한다. 한산한 골목길에다, 평생 처음 횡단보도(반만 걸친)에 주차를 한 것임에도 하필 딱 걸렸다 싶어 억울하기도 해서 감정이 욱 올라왔다. 이러지도 저러 지도 못해 망설이고 있을 즈음 그분이 갑자기 중앙선을 침범하더니 내차를 좌측으로 아슬하게 끼고 인도로 올라간다. 헐이다. 예상치 못했다.


지은 죄가 있어 소심하게 중앙선 침범에 인도까지 올라가느냐 항의하였더니 자기 주차 공간이란다. 내차는 승용이라 못 올라온다며 본인 전용 주차장이라 말한다. 부아가 치밀어 올라왔지만 애당초 잘못한 게 있어 강하게 항의할 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그분은 횡단보도 주차로 인도로 가는 주차 길을 막았다 삐친 것이었다. 화도 나고 마음이 찝찝해 이발을 미루더라도 차를 뻬야겠다 결정했다.


잘 못을 한 것,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은 했음에 반성하고, 옳지 않은 유혹에 빠지지 않아야겠다 정신 재 무장 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이 번 사건에서는 무엇인가 의문의 1패의 느낌이다. 잘하다 단 한 번 실수에 걸리는 가? 왜 X 싼 놈이 방귀 뀐 놈을 뭐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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