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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Dec 01. 2020

연필로 쓴 편지

그래서 어쩌라고?

최근까지 기념품, 선물을 줄 때 꼭 손글씨 쪽지를 넣어서 주었다. 선물에 손글씨 쪽지를 넣어야 마음이 놓였다.


최근에 손글씨와 자판 글씨에 대한 말들이 많다. 연예인을 비롯한 공인들이 잘 못 사고를 치면 손글씨로 반성한단 글을 올려야 하고 자판을 쳐 올린 사과문을 진정성이 없다 하여 까이고 까였다. 최근에 공무원 실종 사건에 아들의 손편지에 답변된 대통령의 자판 편지가 대표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었고, 나 또한 법원 탄원서를 열심히 자판 두들겨 제출했더니 변호사 분이 손글씨로 해야 설득력이 있다 했다.


진짜 손글씨만 진정성 있고, 자판 글씨는 "감성이 안 담긴 영혼이 없는 문서에 불과할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 펜팔 시대엔 그랬다. 이쁜 편지지에 이쁜 글씨를 쓰는 것이 정성의 표현이었고 관심을 끌만한 요소가 되었다. 그런데 뭐 지금 와서야 손편지를 받으면 기분이 좋은 건 맞지만 굳이 똑똑한 손전화 시대에 캐톡과 전자편지(e-mail)등과 살면서 손글씨만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하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다.


똑똑한 손전화 시대에 아날로그를 부정하면서 진정성에 굳이 편지, 쪽지를 연필로 써야 하는 잣대에 머물러 고집하는 한국 사람들의 심리가 참으로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꼭 해야 하는 것(Must)과 하지 않아도 되지만 하면 좋은 것(Have to)의 차이일 뿐일 것 같은데 말이다.


최근 책 선물과 함께 손글씨 쪽지를 받았다. 여린 감성에 감동이다. 아직까지는 자판 글씨보다는 손글씨에 쉬이 감동하여 여운이 오래도록 지속된다. 그런데 선물만 받았다 해도 감동을 받았을 테다. 다만 손글씨 쪽지에 감동이 배가 되었을 뿐이었을 것이다. 자판이나 손 글씨나 모두 개인의 선택일 뿐 진성성의 잦대로는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손편지는 참 좋다. 특히 연필로  편지를 받는다는 것은 오래전 봄 꽃잎과 가을 단풍잎의 바람에 날림을 간직한 소년, 소녀의 감성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쩌라고?".  자판 글씨를 써라 말인지 손편지의 진정성을 믿어란 말인지 글의 결말이 혼란이 온다.


뭐 어쩌거나 손글씨 쪽지가 책갈피로 들어 있는 선물을 무지 받고, 주고 싶은 마지막 달력 한장의 12월 1일이다.


색 바랜 쪽지


아직 붙이지 못한 색바랜 봉투


12년째 본관된 색바랜 퇴직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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