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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Dec 02. 2020

청탁? 김영란법을 위반하라고?

소정의 원고료 있답니다~

메일이 왔다. 제목도 거창하다. "원고 청탁". 일단 제목을 보자마자 쫄았다. "청탁"이라니?  여태 껏 청탁 금지법(김영란법)에 대해 귀가 따갑게 듣고 보아 "청탁"이라는 말이 본능적 덜컥 겁이 난 것이다.


또 겁에 더하여 나에게 청탁이라는 것에 놀라긴 했다. 여타 브런치 작가님들처럼 현란한 글솜씨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다만 취미의 글쩍이 정도로 일반분들 보다 그냥 조금 잘할 뿐 빼어나게 작가의 자질을 가진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나마 글솜씨 자랑보다 보고서 형태의 글이라 부담은 약간 내려놓았지만 마감이 조금 걸리적 되긴했다. 물론 소정의 원고료라는 당근도 있긴 하였다 만.


마감이란 게 적당한 긴장감을 주어 일에 효율을 주는 반면 자유로운 영혼의 집시 정신을 추구하는 역마살 삶에는 별로인 구속을 제공하는 나쁜 것이다.


몇 년 전 고등학교 교재의 일부 제작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분배된 장수가 책 한 권도 아니고 꼴랑 35장도 안되었던 것을 만든다고 몇 주간 주말을 날렸다. 주말 대 낮 실내에서 자판 두들기며 머문다는 것은 집시 정신을 무시하는 것이었기에 그때 이후 원고료 안 받고 안 한다 다짐을 한 적이 있었다.


11월 30일이 마감이라 주말엔 어차피 신나게 놀아야 해서 그전 27일 금요일에 원고라기보다 보고서에 가까운 원고를 메일로 보냈다. 글 전문작가가 아니기에 전문가에 의한 과감한 수정을 바란다는 말미의 메모와 함께 청탁을 마무리했다. 속이 시원했다.


보내고 나니까 소정의 원고료가 기대되는 것은 의미 때문 이란 생각을 해본다. 소정이라는 게 얼마 되지 않는 것이라 일단 자료 수집과 오타를 봐준 직원들에겐 피자 3판을 쏘기로 했다. 남은 금액으로는 빈번하게 글 소재를 제공하여 주는 Y군에게는 흰 포도주(화이트 와인)를 곁든 맛난 저녁 대접해야겠다는 기분 좋은 김칫 국물도 벌컥 마셔보았다.



지금까지 예체능계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나는 놈 위에 비행기 타는 놈, 비행기 타는 놈 위에 로켓을 타는 절대의 고수분이 있는 줄 알았는데 브런치를 하면서 글쓰기 분야에도 절대 내공 삼갑자 고수님들이 너무 많았다. 올려 우러러보기가 목이 아플 정도다. 그래서 이런 원고를 쓸 때마다 왠지 부끄러움이 앞서기도 한다. 또 어쩌면 그래서 브런치가 좋단 생각이다. 조그마한 내공이 쌓이고 있으며 소통과 배움과 격려의 장이 되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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