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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Dec 12. 2020

주유 좀 해 주라고~~~ 요

자가 주유 반대 대책 위원회

한때는 자가 주유 주유소가 관심거리였었다. 주유 알바가 지름을 넣어 주던 시대엔 그랬다.


시작은 원대했다. 주유 인건비를 아껴 지름 값을 싸게 한다는 것이었고, 그게 일정 먹혔을 거다. 세월이 지났다. 이젠 도시의 대부분의 주유소는 운전자 자가 주유다. 아낀 인건비가 우리의 지갑을 두껍게 해 주었는지 주유소 주인의 주머니를 채워 주었는지는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지름 좀 넣어 주면 좋겠다. 자가 주유를 하자니 차 문밖은 위험해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다. 지름 냄새에 머리가 아프다. 신사, 숙녀 체면에 비닐장갑 끼고 연료 주입구 뚜껑을 열고 닫는 게 모양새 빠진다. 하물며 삼각별을 타는 멋쟁이 분들의 하차감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어울리기도 어렵다. 겨울에는 겁주며 정전기 방지한다 둥근 시꺼먼 물체에 손가락을 접촉하란다. 코로나 시대에 어쩌란 것인지.


한 달에 두세 번 지름을 넣으니 한 번에 1,000원씩 하면 한 달에 3천 원, 1년에 3만 6천 원 기꺼이 부담하겠다. 품위 유지비로 충분히 투자할 란다.


가끔 시골길에 지름을 넣어 주는 주유소를 만나면 오랜 지기를 만난 듯 등이라도 치고 싶고 반갑다. 조금 단가가 있더라도 애초의 최소 주유를 하고자 했던 마음을 바로 고쳐 먹고 가득 넣어주는 예의는 기본이고, 주유 후 깍듯한 감사의 표시도 더 한다.


세월이 또 변했다. 이제 주유소 사장님들, 제발 좀 기름 넣어 주는 역발상 주유소 운영 해 주시라. 기꺼이 단골이 되어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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