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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Nov 29. 2020

식물에게, 자연에게, 동물에게

꽃을 피웠다. 제라늄. 일 년 내내 꽃이 피고 지고 무한 반복이라 사무실에 한 켠에 두고 가끔씩 감정 싣기에 적당하다. 요것이 제라늄의 장점이라면 단점도 있다. 줄기만 대나무처럼 쑥쑥 자라 그다지 미관이 좋지 않음이다.


그래서 다른 사무실에서 버림을 받은 화분을 청소하시는 분이 치우기 전에 쨉사게 주워온 게 두 개였다. 줄기가 크다 중력을 이기지 못해 넘어져 부러진 것을 흙에 꼽았더니 시름시름 죽어가고 있어 컵 속 물에 담갔다. 심폐 소생술이 먹혔던지 컵 속에 있던 줄기에서 하얀 잔뿌리가 나와 흙 속에 옮겨 심었다. 살려준 것에 결초보은을 하는지 봉오리를 맺고 빨간 꽃을 피웠다.





보기에 좋더라도 인간의 손이 닿은 인공의 꾸밈보다 자연 그대로를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거니와 동물이나 식물이 사람의 간섭으로 만들어지거나 억압하는 게 싫어해 화분이라는 것도 별로 맘에 들지는 않지만 가끔 살려 놓은 생명은 보기가 좋아 보이긴 하다.


베란다에 놓인 화분은 사람이 일정 기준을 만들어 놓고 기준에 적합하게 맞추게 만들어져 간다. 키는 못 크게 목과 가지를 수시로 자르고, 모양을 내기 위해 철사로 사지를 댕겨 늘린다. 무엇보다 사기나 플라스틱 화분으로 뿌리의 성장 본능을 억압하고 있다는 것이 몹쓸 짓으로 보인다. 얼마나 자라고 싶을까?


코로나로 격리 당해 본 사람이라면 자유와 신체의 구속이 얼마나 참기 어렵고 괴로운 일인지 안다. 분재, 국화, 다육이 그리고 동물원과 사육실에 갇힌 동물들이 그러하다.


제라늄 화분 하나로 너무 멀리 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좀 더 사람이 식물에게, 자연에게, 동물에게 너그럽고 존중하며 공생할 수 있는 환경, 배려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약 하고 말았다.


인천 송도. 중앙분리대. 나무들은 사람의해 심어졌고 또 회차로를 위해 사람들에 의해 잘라 내어 졌다. 필요에 따라 심고 필요에 따라 자른다. 철저하게 인간 기준이다.


가로등 불 좀 꺼자. 가로수도 잠 좀 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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