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 김춘식 Jan 07. 2021

보일러 운전 좀 합시다. 아내님

한파에도 여전히 15도입니다


우리 집 실내 온도는 15입니다. 쾌적한 겨울철 온도가 20도는 넘어야 한다죠. 매 겨울이면 한바탕 열띤 말씨름을 해야 합니다. 누구랑요? 당연 아내입니다.


30여 년 된 아파트에, 이전 살던 분이 베란다를 확장해 겨울이면 이중창문임에도 찬기운이 붐붐 들어옵니다. 외풍이라 하지요. 송도 신도시 건설 전 30년 전에는 최신식 아파트란 전설을 들었지만 지금은 바닥 난방도 부실하여 바닥에서 따스한 온기가 올라오지 않아요. 외풍에다 바닥 난방 부족으로 겨울 북극한파가 몰려와 한파 경보라도 내리면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은 오들오들 떨 수밖에 없지요.

보일러의 기능은 온도 설정 우선과 실내 온도와 무관하게 보일러 운전시간과 운전 휴식기(인터벌) 조정하는 방법이 있어요. 우리 집은 온도 설정은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어요. 온도 설정을 해놓으면 보일러 운전 시간이 늘어나 난방 비용이 급 상승할 거란 추정에서 입니다. 그래서 외부 온도와 관계없이 운전시간 조정 법을 사용합니다. 그러니 늘 시베리아입니다.

말싸움 시작은 그래요. 메뚜기도 한철이고 겨울철도 한철이니 월급 받아 뭐하니 따듯한 겨울 보내야 지하는 것이 저의 생각인데 아내의 생각은 아닌가 봐요. 절약 절약을 외칩니다.

"석 달간 용돈 매월 10만 원 공제 해, 난 따스하게 살 거야"

"......................." "!!!!!!!!!!!!!" "잠바 입어"

"...ㅜ.,ㅜ..."


아무리 닦달하고 뽁아도 난방은 못하겠다는 답에 열이 나지요. 몰래 살금살금 몇 번이나 운전시간과 휴식기를 늘려 보았지만 어찌나 눈치가 십 단인지 금세 알아차리고 찰나의 순간에 원 위치시켜 버립니다. 오감에 최신 온도감지 초능력이 탑재되었는지 의심이 됩니다. 거실 온도는 내려가고 화의 온도 계기는 급 상승합니다.

말이 되는지요? 용돈을 포기하고 따스함을 취하겠다 하는데도 불구하고 매번 목소리가 높아 가는 게 반복됩니다. 왜 아내는 겨울엔 난방비에, 여름엔 에어컨 전기비에 목숨(?)을 걸고 선전포고를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따스하고 노란 군고구마와 화로 그리고 사계 겨울의 2악장이 생각나는 한파가 급습한 저녁에 지구를 지키다는 콘 x싱 보일러의 광고를 불현듯 챙겨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제, 오늘의 해는 다를 바가 없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