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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Feb 22. 2021

아부지와 미대 딸의 다른 생각


큰애가 올해, 이틀 전 미대를 졸업했습니다. 재능은 절대 아버지의 피는 아니었고 전적으로 엄마의 유전자를 따른 것입니다. 사진은 하는 이유도 그림이라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셔터만 누르면 멋진 그림을 만들어 주잖아요. 관찰력도 없고, 본 것을 기억하는 재주도 없어요. 범인을 목격하고 몽타주를 그리고자 한다면 형사들은 100프로 실패입니다. 본 것을 말로 설명할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미대 다닌 큰애와 캐캐 먹은 재미난 생각 차이가 오래전부터 있습니다. 잘난 딸로부터 멋진 캐리커쳐 선물을 받는 게 희망이었습니다. 다들 행복해하거나 감동받고 그러잖아요. 누가 본인 닮은 그림을 그려 선물로 준다면 말이죠.


그런데 아무리 미대라도 특정 분야가 있기에 애초 캐리커쳐 그리는 재능과 유화를 그리는 재능은 다른가 보더라고요. 어쩌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큰 마음먹고 아부지를 그려오면 늘 한다는 말이 안 닮았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말은 안 해도 그 소리가 무척 듣기 싫은가 봅니다. 그래서 여간 해 사람을, 특히 아부지를 그리는 일은 특별한 경우 아니면 없습니다. 아부지는 미대 다니는 딸이 그려 줬다는 자랑을 여기저기 하고 싶은데 그 마음을 몰라 주니 섭섭한 것이고, 딸은 그려 주면 기껏 돌아오는 소리가 마음에 안 든다 실망하는 잔소리가 듣기 싫은 거 겠지요.


졸업 얼마 전 예고 없이 아부지 그림을 그려 왔습니다. 기분이 좋죠. 고맙게 받았습니다. 본인보다 자식이 잘 되는 걸 더 보람 있어하는 게 부모의 진심 아니겠습니까?


그나저나 지금부터가 걱정입니다. 우리 같은 기술 쟁이 들이야 대박은 못 쳐도 대충 중박만 해도 고만고만하게 먹고살지만 예체능계는 대박 아니면 쪽박일 가능성이 높은 분야니 까요.


코로나로 졸업식을 온라인으로 하는 둥 마는 둥 지나가 버려 제대로 축하도 못하고 길었던 4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우습게도 졸업식 당일에야 졸업식날이라는 것을 본인이 알았다 합니다.


2021


2008



앗싸아~~  등록금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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