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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Feb 23. 2021

세끼에 너무 쉽게 지친 입맛, 간사하네


코로나 이전부터 지금까지 쭈욱 점심은 도시락으로 때웁니다. 여름철엔 등짝에 땀을 찔찔 흘리고, 겨울철엔 차가운 도시의 빌딩 회오리 칼바람을 맞으며 먹이를 찾아다니며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한 마리 사무실의 표범이고 싶었습니다. 덕분에 코로나가 터지니 찝찝한 실내에서 밥을 먹지 않아도 되는 혜택도 있습니다. 뭐 아침마다 도시락을 준비하는 정성에는 미안 키도 하지만요.


한때는 약속되지 않는 손님들과 급 점심 약속이 잡혀 도시락을 까먹지 못하면 퇴근길에 무지 근심이 되었습니다. 도시락을 싸주는데 왜 그냥 가져오냐는 미움을 받기 때문이죠. 때로는 아무도 모르게 슬쩍 버린 적도 있고, 퇴근 후 차 안에서 고독스럽게 데우지 못한 찬밥을 먹고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직장 생활하다 종종 일어 나는 피치 못할 사정이라 설득이 된 상태이지만 여하튼 양심은 미안해합니다.


도시락에 기본 2찬 정도로 그동안 이럭저럭 맛나게 먹어왔는데 최근 중년을 넘자 꼰대 건성의 한국인 유전자가 살아나는지 점점 "끝내 주는 국물"이 그리워져요. 국물을 도시락으로 가져오기엔 국거리의 선택과 끓이는 아내부터, 운반, 데우기 등 쉽지 않은 어려운 일 임으로 안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도 자꾸 국물이 생각나서요. 급기야 쿠 X에서 어묵탕을 주문하기게 이르렀습니다. 어묵국으로 밥이 술술 잘 넘어가니 점심 책탁이 풍요롭게 된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하루 이틀 사흘, 겨우 사흘 동안 어묵국을 먹었더니 질립니다. 뜨거운 국물의 시원감이 사흘을 넘어가지 못했습니다. 하~아, 이러니 주부님들이 매 끼니마다 국거리, 반찬거리 걱정에 시름이 깊어지는 가 봅니다.


간사하긴 하네요. 아무리 맛집이라도 3일 연속이라면, 아니 일주일 세 번이라도 맛집은 맞는 집, 즉 맞집이 될 꺼란 생각입니다. 간사한 입맛을 채우기 위해 다시 표범이 아닌 하이에나가 되어 이리저리 쇼핑몰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복어국, 콩나물국, 카레, 된장국 등 무엇으로 간사스러운 입맛에 적당한 점심 책탁을 채워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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