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 기념일이 마침 올해는 금요일이라 휴가 하루 포함 4일을 쉬었다. 엄밀하게 위대하게 따지자면 쉬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돌아 댕기는 게 전부였다.
휴일에 늦잠을 자고, 집 밖은 위험하다 하여 종일 실내에 뒹구는 것은 지극히 참을 수가 없다.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집시 정신이자 역마살의 끝판이다.
코로나 19로 수도권 사람이 타 지역 분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 없으니 ktx 대신 자차 이용이 기본이라 하지만 점점 나이에 비례해 하루 300킬로를 넘는 거리의 운전은 분명 혹사임이 틀림이 없다. 그래도 아직은 한다. 할 수 있다. 인천-남도-부산-인천이면 800킬로의 이동거리다.
부산은 코로나 거리두기로 열 시 이후 도시 정지, Y군은 이걸 핑계로 차 한잔 안 사주고 잠깐 얼굴을 보여 주더니 떠낫고, 애당초 구름처럼 바람처럼 정처 없는 계획에 L은 시간을 내기 어려울 테다. 모두를 아쉬워해야 하지만 멀찍이 뒤에 남기기로 하고 떠나야 한다. 뜻대로 되면 안 인생이다.
봄날이 어딜 가나 싶어 울컥했던 가슴도 어느덧 산과 들의 나무와 풀들이 온통 연초록 새잎 천지를 불쑥 내어 놓은 모습에 금방 진정이 되었다.
별거 없다. 금방 여름이 온다. 근데 4일 쉰 후의 월요일은 참 잔인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