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 김춘식 May 13. 2021

소풍

이팝꽃피는 찬란한 오월에


이밥과 구별이 어려운 이팝 꽃들이 사무실 주변 천지를 온통 희게 만들었습니다. 스멀스멀 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추워 겨울 잠바를 전번  까지 걸치 다녔는데 이번 주부터 긴급 여름입니다. 사무실이 북서향에다 유리 건물이라 조금만 날이 더워지면 해가 드는 오후엔 아예 온실이 되어 버립니다.


어제저녁 퇴근 후 우리 젊은 직원들은 지극히 싫어한다는 꼰대 상사로부터 단톡을 받았을 겁니다. "내일 점심 도시락 배달". 점심에 도시락 배달을 시키 테니 개별 도시락을 사 오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출장 보낸 알바가 돌아오는 날이라 오랜만에 직원 네 명이 합체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공적 회식은 금지되었고, 사무실 도시락 배달은 가능합니다.


출근해 깜짝 제안을 했습니다. 점심은 배달 음식을 이용하여 주변 공원에 소풍을 가자는 것이죠. 찜해 놓은 장소가 있다면서요. 서양식 지하철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동양식 떡볶이와 어묵은 직접 "* 부산 어묵"에서 포장을 했습니다.


미세먼지가 약하여 하늘은 맑고 푸르며, 하얀 구름은 없다시피 합니다. 나무와 풀은 연초록을 넘어 이제 진한 초록으로 넘어 가려하고 그것들은 산들바람에 살랑 흔들리기만 합니다. 삼삼사사(코로나로 5 이상 모임 금지) 점심을 먹기 위한 두셋 무리들도 늦게나마 돗자리를 들고 명당자리를 이내 찾습니다.


소풍이란 단어만으로도 특별합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설렘과 콩닥콩닥, 두근 세근, 도시락 김밥, 신록, 바람 그리고 순수함과 추억의 소환이었습니다.


자투리 짬을 이용한 잠깐의 점심 소풍 나들이는 모두를 이룬 깜짝 행사였습니다.


멋진 동.서 조합


쌀밥을 닮아서 이밥나무라 한다죠
매거진의 이전글 연 초록 새잎들이 불쑥 나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