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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 김춘식 Jun 13. 2021

엄마의 밥상

지상 최고의 아침밥

한때 얄궂은 코로나가 창궐되자 대구는 거의 봉쇄에 가깝던 고담의 도시였죠. 혼돈의 시기 대구 중심에 가족이 있었지만 마스크 한 장 보낼 여력이 없어 그냥 마음 졸이며 긴 시간만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한 번의 추석과 한 번의 설을 건너뛰어 가족이 모이는 것은 언감생심 힘든 일이었습니다. 이번 6월 주말, 엄마의 생신 달에 모처럼 대구에 가족이 모였습니다. 8인 이내로 모임 가족 수를 조정하고 1차 백신 접종자 3명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지요.


우리 세대야 아들 딸 구별 없지만 부모세대엔 엄연히 아들의 특혜가 심했던 때라 누나, 여동생보다는 남동생 그리고 장남은 공정, 평등이란 부모님에겐 애초에 가당치도 않았고, 상상 이하의 가난 중에서도 온갖 혜택을 받아 4자녀 중 혼자 대학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부모의 장남 사랑은 끝이 없습니다.


아들 사랑에 대해 누나, 여동생에게 부담스러운 면도 없지 않지만 당 시대 부모님들의 바람이었다면 기꺼이 감수해야 할 가벼운 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 하였지만 넉넉하지 못한 빠듯한 삶에 물려받을 금은보화가 없으니 자식 가지가 많아도 솔바람 조차 없는 것은 작은 행복 아닐까 싶습니다.


엄마가 차려주시는 아침 밥상입니다. 수년째 변함이라곤 없는 반찬들입니다. 아들이 곧잘 좋아하는 반찬과 쌀밥 한 공기의 조합입니다.


고추 수확 계절이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라 합니다. 고추튀김을 해야 하는 데 상품 되는 고추는 맵기도 하여 안되고 수확하다 남은 고추 라야 튀김에 적당한 상품이 나온다 하니 때를 매년 맞춘다는 게 어렵겠지요.


우리 콩으로 만든 무르지 않는 두부는 굽거나 지지거나 전골을 만들지 않고 생두부로 슝슝 사려(베다) 그릇에 담기만 합니다.


이모집에서 키워낸 배추로 연말에 연례행사로 이모님들이 모여 버무린 칼질하지 않은 김장 김치 그리고 튀긴 고추와 생두부를 찍어 먹을 간장이 더 합니다.


과하거나 넘치지 않는 않은 아침밥상,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는 아침밥상, 아들에겐 최고의 인생 요리사가 내어 주신 아침밥상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에 대한 최고의 예우는 깔끔하게 한 공기를 뚝딱 비워 주는 것이었습니다.


최고의 아침밥상의 구성은 거실 바닥에 편 오래된 책상다리 상, 그 위에 가지런히 놓인 밥 한 공기, 생두부, 고추튀김, 양념간장 한 종지, 싱싱한 상추 그리고 엄마의 정성입니다.


최고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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